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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Jul 06. 2024

무제

2024. 7.6

다니는 병원에서 내 진료정보를 그 병원에 다니는 '주책바가지 나이 많은 아줌마'에게 둘이 친하답시고 소재거리로 삼아 수다를 떤 모양이다. 그 '주책바가지 아줌마'가 스스로 그 얘기를 전화에 대고 신나서 떠드는 것이, 내 전화기의 자동 통화 녹음 파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내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나를 아냐고 굳이 직원에게 물어서 내 진료상태에 대해 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는 나도 잘 모르는 진료 상황에 대해 이 '주책바가지 아줌마'에게 말한 모양이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품은 내 잘못이 우선 크다. 나는 시장에서는 시장 사람들의 언어를 쓴다. 그렇다고 내가 시장 사람인 건 아니다. 정치인이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사진을 찍는다고, 떡볶이 가게 사장님이 그 정치인이 다니는 병원에 가서 아는 사람이라며 정치인의 의료 상황에 대해 수다를 떨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면 감옥에 간 경제사범 재벌이 같은 감방에 있었다고 사회에 나와서 재벌과 잘 아는 사람이니 그의 진료 정보를 대화의 소재로 삼을 수 없는 것과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친절한 사람들에게 선을 넘는다. 그런데, 그냥 있자니 너무 불쾌하고 괴롭다. 제일 가까운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니 경찰서로 가라고 길길이 날뛰며 나보다 더 화를 낸다. 그런데 나는 내 시간과 노력을 문제를 키우는데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사람의 일을 모두 법적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그건 생각보다 쉽다. 그리고 나는 증거자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건 사람 사는 세상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아니다. 그건 최악의 상황에서 서로가 모두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고려해야 하는 전쟁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돈은 미리 내놓은 병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서 가기가 싫다. 물건이라면 환불을 하거나 안 사면 그만인데, 사람이 하는 연속된 진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고, 내 몸에 해코지를 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여진다. 관계가 불쾌해지면 상대나 나나 제대로 된 서비스가 소통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기사를 찾아보니 상담실장이라는 역할이 병원의 수익을 좌지우지한다는데, 수익이 우선인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못이 없는 내 편보다 잘못이 있는 직원의 편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책바가지 아줌마'는 바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사과했지만, 사람의 성향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60년이 넘도록 축적된 주책이 바로 바뀌는 것은 100킬로로 주행 중인 차를 3초 만에 세우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차가 뒤집어지는 것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빙상장에서 처음 겪어서 조금 배운 적이 있지만, '아줌마'들의 습성이란 시시콜콜한 오지랖과 험담을 디저트처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 대부분이다. 진료는 만족하는데, 이 사실을 병원장인 해당 의사에게도 그를 위해서 언급은 해야 할 것 같지만, 나 아니라도 환자는 밀려들 테고, 내 진료의 질에 영향이 갈까 봐, 그리고 의사의 잘못은 아니기에 망설여지고, 수다스러운 그 두 여자가 내 얘기를 어디선가 소곤거리고 있을 걸 생각하면 화가 치밀고, 소심한 내 머릿속이 바빠진다. 그리고 그래서 이 상황이 더 약이 오르고 화가 난다. 할 수 없이 Chat GPT를 열고 'Wanna fight with me? Do you argue? (너 나랑 싸울래? 너 언쟁도 하니?)'라고 물으니 안 싸운단다. 인간을 돕기만 한다나...... 실컷 싸우고, 언쟁하면서도 뒤끝을 남기지 않는 상대가 필요한데, 그럴 때 사용할 GPT가 나왔으면 좋겠다. '야 오늘 나랑 싸우자!' 혼자 두는 장기라도 배워야 할까......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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