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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휘 Feb 20. 2018

당신에게는 소중한 사진이 있나요?

프린트의 가치로움

점진적으로 가치를 잃어간 사진


이른바 '아날로그 사진 시대'에는 사진을 찍은 다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인화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초창기 사진은 원판이 전부였다. 필름을 현상하여 여러 장으로 복제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후 네거티브 현상이 개발되면서 네거티브를 다시 네거티브로 현상하여 포지티브 사진을 만들게 됐고 이는 필름 인화 기술의 가장 보편적인 기술로 자리잡았다. 이 때부터 사진은 아주 점진적으로 한 장의 소중함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사진 한 장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한 시기는 '디지털 사진 시대'부터다. 카메라와 메모리, PC만 있으면 사진을 촬영하고 확인하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셔터 한 번을 누르는데 신중함을 잃게됐다. 35mm 필름을 사용하던 예전에는 일단 필름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에 현상, 인화 비용까지 더해 사진 한 장을 보기 위해서 꽤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 과정과 비용 때문에라도 사진 한 장이 무척 소중했다. 이상한 사진이라도 절대 버리지 않았다. 아깝기 때문이었다.


사진의 가치하락은 그 속도를 더해 '스마트폰 사진 시대'가 돼서는 거의 물 같은 존재가 됐다. 사실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만 체감상 무료로 사용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쉽게 찍고 쉽게 지우고 또 쉽게 공유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수백장의 사진을 찍어 한 곳에 올리고 다시는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는 가끔 행사에 참여했을때 사진을 찍을 일이 있는데 이 때 촬영한 사진은 카메라에서 하드디스크로 옮기지도 않는다. DSLR에서 Wi-Fi 기능으로 스마트폰을 거쳐 공유 사이트에 올리고는 그대로 포멧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사진을 찍으면서 이전보다 훨씬 적은 시간 동안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본다.


여전히 프린터기는 판매되고 있다. 당신을 위해서


과거에 사진 인화 혹은 프린트로 재미를 봤던 회사들은 그래도 사진은 종이에 인쇄해서 봐야 제맛이라고 주장하며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서비스를 리뷰하는 입장이기에 한번씩 사용해보게 된다. 이 때 마다 드는 고민이 바로 '과연 어떠한 사진을 프린트 해야 하는가'다.


워낙 많은 사진을 찍고 지우기에 이제는 그 중에서 중요한 한 장을 고르기가 두려워 진 것이다. 비용이 크지는 않더라도 사진 한 장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무척 어색해진게 아닐까 생각한다. 후지필름에서 나온 인스탁스 쉐어 라는 '휴대용 사진 인화 기기'가 있다. 프린터가 아니라 인화기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것이 아날로그 필름에 이미지를 입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잉크를 사용하는 프린터기와 비교해 선명함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색과 색 사이를 연결하는 부드러움은 그 어느 디지털 프린터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 맛에 오랜만에 사진을 인화지로 옮기는 즐거움을 느꼈다.


후지필름은 이전부터 휴대용 즉석인화 카메라인 '인스탁스'로 나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액자나 앨범 등이 인스탁스에 사용하는 필름 크기에 맞춰 나온다. 인스탁스 쉐어는 인스탁스 카메라와 같은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앨범과 액자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액자나 앨범을 구입해 사용하기에 큰 부담이 없다.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인스탁스 쉐어로 프린트했다.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그만이었을텐데 이번에는 액자에 넣어 어머니 방에 놓아드렸다. 내 생각과 달리 어머니는 그 사진을 맘에 들어하셨고 소중하게 생각하셨다. 내게는 놀라움이었고 감동이었다. 그 흐름을 이어 지인들의 사진을 촬영하고 프린트해서 나눠주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나온 사진은 소중하다. 특히 잘 나온 사진이라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특별한 스토리가 담겨있는 경우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최근 소중하게 여기게 된 사진이 한 장이라도 있는지 돌아보자. 만약 없더라도 자책할 필요 없다. 당신의 탓이 아니다. 프린트 하지 않는 요즈음 시대 때문이다. 소중한 사진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프린트 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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