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한국 토종이 글로벌에 미치게 된 그 첫번째 이야기
그 첫번째 이야기.
“혜원님은 외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다 오신 거에요?”
글로벌 예찬론자인 나를 보고 대부분의 분들이 질문해주시는 주제다. 그런데 나는 초중고대 한국에서 나오고, 유학은 가본 적 없고, 외국 생활이라고는 교환학생 한번 다녀온 정도의 토종 한국인이다. 알파벳도 초5 때 겨우 뗐던 거 같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go global하는 멘탈리티를 갖게 되었을까 돌이켜보면 때는 8살때로 돌아간다. 초등학교 1학년인 당시 새로 부임하셨던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를 ‘한자 특성화 초등학교’로 만드셨고(실적이 필요하셨을 게다), 매주 월요일 훈화말씀 시간에 준 5급부터 전 학년에게 교육하는 프로그램에서 흥미를 느낀 나는 그렇게 한자에 입문하게 된다.
엄마랑 당시 코엑스에 있었던 반디앤루니스 서점을 가서 이렇게 생긴 못 생긴 문제집을 매번 사서 공부하고, 모의고사 쳐보고, 틀린 거 복습하고 그렇게 단련했었다. In the middle of 대치동에 있었음에도, 엄마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는 여행 다니고 세상의 더 많은 걸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절대 국영수 학원에 보내주지 않으셨었는데, 한자만큼은 내가 좋아하니까 꾸준히 서포트해주셨다. 당시는 놀토가 아니었는데, 토요일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우리 둘만의 모의고사 시간이 있었고 꽤 스트레스 받으면서 달성하기로 한 점수를 따기 위해 열심히 한자 외웠던 기억이 있다.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웃기게도 간체자를 외우는 것이었다. 왜 이 아름다운 번체자가 있는데 간추려서 쓰지, 나는 25획 다 쓰고 싶단 말이야!하는 치기어린 생각에 그건 그냥 스킵하고, 최대한 훈음, 독음, 쓰기 등에서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대학교 때 열심히 했던 중국어 때문에 번체자보다 간체자가 편하지만, 그때는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모른다. 나름 집중전략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초딩치곤 귀엽다..
그렇게 아래의 과정을 거쳐 한자를 뗐다(?)
1학년 - 5급
2학년 - 4급
3학년 - 3급
4학년 - 2급
5학년 - 준 1급
그렇게 한자 신동(?)이라고 불리었던 나는 덕분에 어려운 한자어들이 많은 역사책들이 잘 읽히는 연고로 역사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고, 특히 세계를 정복하는 동서양 영웅들에 대한 탐닉이 컸다. 한국을 벗어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때 많이 길러졌고, 어린 마음에도 한국은 작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9살 때 혼자 그리던 그림 중 하나. 중국 대륙의 진시황제, 몽골의 칭기즈칸, 이집트의 람세스 이런 살마들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곤 했다.
그리고 흘러 흘러, 대부분의 일들을 한국에만 굴레 지어지지 않는 사고를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글로벌과 사업개발의 교집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게 “왜 글로벌 좋아하세요?”에 대한 한 가지 버전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은 평생하게 될 일의 연장선상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https://www.momentummaker.vip/
https://www.linkedin.com/feed/update/urn:li:activity:7127663079605092352/
글로벌과 사업개발의 교집합.
계속 넓어진다.
한발짝씩, 한발짝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