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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Dec 31. 2023

계속 타석에 나가기 위해 실패일기를 씁니다

실패일기 = 레슨런 일기


자위에서 끝나지 않는 실패일기가 되기 위하여 기록해야 할 것들

매일 실패일기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매일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진척이 일어나고 있지 않아 무엇이 도대체 문제인지를 조용히 반추해보는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써보다보니 모든 순간들이 성과가 없었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었음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의 기록이란 것이 어디까지만 '자위'의 위치에서 끝나지는 않아야 할 터. 매일 한 실패를 적으면서, 그 시도를 통해 어떤 것을 배웠고,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것을 다르게 할지를 같이 적어보고 있다. 즉, 실패일기가 레슨런 일기가 된 것이다. 


            어떤 실패가 있었는가          
            패인(敗因)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것을 배웠는가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23년 1월부터 내가 해왔던 수많은 실패들을 다 적어내려가보니 노트에만 4장이 넘는다.


뼈아프고 부끄럽지만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것들을 마치 타자처럼 적어보고, 타자처럼 이성적으로 평가해보는 것은 사뭇 누구에게나 필요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MRR 1천만원을 찍었지만 

2023년에는 내가 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스텔스로 서비스만 5개를 만들어 봤다. Build in public하지 않고 정말 서비스의 가치 그대로만이라도 인정 받을 수 있는지를 검증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중에 몇개는 짧지만 몇천만원 정도 벌었고 어떤 것은 5만원도 못 벌었던 서비스도 있다.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MRR 1천만원 (일 35만원)을 찍었던 서비스도 있다. 정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끊임없이 고객들의 문의가 들어와서밥도 못 먹고 계속 CS 답을 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PMF였다. 


하지만 grey area에서 정책들을 우회해서 만들 수 있는 개인기 기반의 서비스였고, 불법은 아니었지만 나의 이름을 당당히 걸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닥 알리고 싶지 않았다. 짧은 인생이라면 더 의미 있고, evergreen하게 남을 수 있는 정정당당한 사업에 나의 아까운 시간을 더 써야 한다는 깨달음이 몰려 왔다. 


그래서 어렵게 파트너와 이야기하여 프로젝트 시작 10일만에 접었다. 조금 더 했으면 진짜 몇달만에 몇천만원은 더 쉽게 벌었을텐데 - 생각하면서도 지금의 몇천만원이 나중에는 몇억, 몇십억 앞에서 원칙이 없이 행동하고 판단하게 된다면 큰사람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때 나는 나만의 원칙을 세우게 된다. 


내가 떳떳하게 앞으로도 계속 키우고 싶은 서비스, 브랜드, 가치에 나의 시간을 온전히 쓴다.

어찌하면 예전에 타로서비스, 하이엔드 소개팅 서비스로 매출을 긁어담을 때, 이미 나와는 너무 다른 세계에서 내가 입지 말아야 할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한 몸짓을 하고 있었던 1년 전의 내가 이미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바로 그때 레슨런을 잘 기록하고 원칙을 제대로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록 '일주일천하'였지만 나는 그 십여 일의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앞으로도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실패일기에 한줄 한줄 원칙을 써내려간 계기였다. 



월별로 너무 실패한 게 많아서 노트에 몇장이나 쓰였는지 모르고, 부끄럽다. 아주 간단하게만 몇개만 적어보자면,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서지 않은 프로덕트는 런칭할 의미가 없다. (너무 당연한 얘기)          

            적을 만드는 서비스는 지양한다.          

            내가 떳떳하게 앞으로도 계속 키우고 싶은 서비스가 아닌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다.          

            풀타임이 아닌 파트너들에게 구주까지 주려는 창업자는 '잘' 없다.          

            제대로 된 컨텐츠가 아니면 바이럴이 일어나지도, 재구매가 일어나지도 않는다. 고객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컨텐츠는 단단하고 진정 도움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계속 타석에 나가기 위해 실패일기를 씁니다

그만큼 많이 시도해야지 너덜너덜하게 실패일기, 레슨런일기가 닳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피크닉의 <회사 만들기>라는 전시를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미국의 베이브 루스의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뭐 뻔한 얘기이긴 하지만, 그 뻔한 것을 매일 매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찐이다. 

빌 게이츠도 그랬고, 베이브 루스도 그랬다. 


실패일기가 더 너덜너덜해지고, 온연히 아래의 내 인생의 아래의 네 가지들을 계속 정립해 나가고,

계속 타석에 나간다면 언젠가는 홈런을 칠 것이다. 

중요한 건 계속 타석에 나가서 스윙하는 것이다.


실패일기 = 레슨런일기

오늘도 적는다. 

            어떤 실패가 있었는가          

            패인(敗因)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것을 배웠는가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많은 실패는 더 많은 도전의 증거이기도 하다. 

많이 도전할수록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도 한발짝씩, 한발짝씩.


P.S. <회사 만들기> 전시 강추. 2023.10.28.(토) ~ 2024.02.18.(일)까지 피크닉에서.

http://pikn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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