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핀둬둬를 보게 하라
누구나 이런 생각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버릴 만큼 넘쳐나는 풍년이라는데, 소비자가격은 왜 그대로인가!
뉴스에서는 그렇게 많이 팔렸다고 떠드는데, 정작 생산자는 왜 제값을 못 받는다고 하는 걸까?
생산자, 소비자 모두가 웃지 못할 이상황! 대체 어디서 새는 겁니까?!
“유통의 비효율” 을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사자마켓은 시작했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중간 단계를 몽땅 건너뛰면 유통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수수료까지 낮게 잡으면 무조건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이 된다. 공동구매 방식으로 단기간에 높은 판매량을 보장하면 가격은 더 낮아진다. 게다가 공동구매에 동참할 사람들을 유저들이 직접 모집하도록 만들어 마케팅 비용까지 녹이면 소비자에게는 초저가, 생산자에게는 제값을 온전히 보장해주는 완벽한 이론이 완성된다!(이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단순 쇼핑앱을 넘어 게임과 소셜 요소를 결합해 매일 방문할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 트래픽을 모은 후, 갈고닦은 AI 추천 기술로 발견형 쇼핑을 구현한다.
C2M 공동구매 서비스 사자마켓. 그 탄생은 완벽해 보였다. 커머스의 새로운 시도와 동시에 격변의 축이 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 어디서 나온걸까?!
때는 2021년, 신성장에 대한 갈등에 타들어가던 버즈니 앞에 폭포수처럼 나타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핀둬둬” 였다. 핀둬둬는 커머스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이해를 갈아엎어버린 괴물같은 대사건이었다. 더이상 카피캣의 나라가 아닌 특이점을 돌파해버린 커머스 천재 앞에 바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핀둬둬 따거!"에 매료된 대표와 일부 구성원들은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핀둬둬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하여 한국에 적용하면 커머스 씬에 새로운 매기가 될것이라고 확신했다. 전 세계적으로 핀둬둬 모델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았지만, 그건 우리에게 학습자료일 뿐이었다. 폭발할것같은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일단 시작을 했지만 동시에 내부의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 모든 우려를 종식시켜주고 발등에 불덩어리를 떨어트린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올웨이즈”의 등장. 핀둬둬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 전략까지 너무나 유사하여 놀랐었다. 그들이 달성한 소기의 성과들은 우리의 가설을 더욱 확신하게 만들었다. 이때 버즈니의 초장점 중 하나에 시동이 걸렸다. 개발로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속도로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개발 파워! 기획과 정책이 나오기도 전에 코딩이 시작됐고, 3개월만에 앱을 출시했다.
곧바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중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이면 유저 스스로 소문을 내고 함께 구매할 사람을 모집해온다. 마케팅비를 줄일 수 있는 핵심 가설 중에 하나였다. PMF 찾는 단계를 바로 건너뛰고 Growth로 돌진하자 투자 논의까지 수월해졌다. 이제 우리도 대세 스타트업이 되는건가!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모든 문제의 답이 1초도 지나지 않아 떠올랐다. 야근을 해도 힘들지 않았고, 스팀팩 맞은 파이어뱃처럼 크런치 모드를 즐겼다.
어디서 소리 들리지 않아요?
매체에 마케팅비는 쓰지 않았지만 “유통의 비효율”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결하면 가능할) 가격을 맞추기 위해 돈을 태우는 일이 계속됐다. 늘어나는 유저만큼 증가하는 지출에 심장이 철렁철렁거리는 소리가 공포감을 조성했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을 만들어줄 "유통의 비효율" 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때 진짜 중요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두려움과 함께..
‘잠깐만, 우리가 풀고자 했던 문제가 진짜 문제가 맞아?’
(다음에 이어서..)
*핀둬둬 이야기 조금더
버즈니는 중국 IT서비스의 비약적인 성장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리서치를 해왔다. 중국어, 영어 모든 자료를 뒤져 핀둬둬를 배우고 실패사례를 분석했다. 아마존이 플라이 휠을 하나 돌릴때 핀둬둬는 2개를 돌렸다. “더 싸게, 더 재밌게!” 핀둬둬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서비스에 실현했다. 대표적인 예가 2인 공동구매로 어떤 상품이든 같이 구매할 1명을 대려와서 함께 구매하면 50~70%가 할인된다! 만원짜리를 3천원에 구매할 수 있는데 이런 초저가를 보고 눈이 뒤집히지 않을 수 있을까? 유저들은 같이 구매할 사람을 찾으며 스스로 마케터이자 세일즈맨이 되어 기쁜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도파민을 폭발시키며 광적으로 공유하게 만드는 중독적인 공짜 프로모션을 수차례 성공 시켰다.(지금의 테무, 알리 프로모션은 뻔하지만 당시 핀둬둬(테무)의 프로모션과 그 결과는 획기적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기발한 프로모션 일부를 소개하겠다.)폭발적인 바이럴 엔진으로 단숨에 업계 3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한번 유입된 유저를 잡아두는 방법도 가지각색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둬둬 과수원’ 으로 작물키우기 게임의 원조다. 그 외에도 소 키우기, 미니게임등이 있었고 틱톡처럼 숏폼 영상과 라이브 쇼핑으로 유저들을 잡아두는 동시에 매출까지 일으켰다. 기획전을 진행하는 방식도 독특했으며 탐색부터 모든 구매 여정에서 초개인화된 프로모션과 쿠폰을 긴박감 넘치게 활용했다. 핀둬둬는 그야말로 개미지옥이었다. 중국어를 몰라도 앱을 실행하면 빠져나오기 힘들정도였고 원화 결제가 가능했다면 반드시 뭐라도 하나 샀을 것이다. 사고싶게 만들었다. 구매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