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교사들은 마음 쓰이는 아이,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품고 지도하느라 고군분투 한다. 학생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은 정말 다양하고, 정도의 차이도 크다. 또한 교사 개인의 성향 차도 있다 보니 학생의 문제 행동에 반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특히 학생의 특정 행동이 교사 자신의 바운더리를 넘어서는 행동일 경우, 교사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그 행동을 다루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 아이는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나는 왜 이렇게밖에 대처하지 못했을까? 내가 대한 방식이 교사로서 옳았을까?” 이런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우면서 진심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이런 선생님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마법 같은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지만 그런 건 이 세상에 없다. 다만 선생님들의 가르침의 기술을 향상할 수 있는 원칙적인 개념과 선생님 자신을 지키고 더불어 성장시킬 수 있는 철학은 존재한다. 바로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긍정 훈육(Positive Discipline)이 그것이다. 부모나 교사인 우리를 꽤 도와줄 것으로 확신한다. 그것이 반영된 여러 도구들을 사용할 때 우리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나 힘겨루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우리는 충분히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돕는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시선의 변화 없이 긍정 훈육에서 제시한 기술이나 도구들만 가져다 쓴다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트릭으로 다가갈지도 모른다. 무늬만 긍정 훈육이 아닌, 진심이 담긴 긍정 훈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핵심을 잘 간파해보자.
긍정 훈육의 기저가 되는 아들러 심리학에서 인간의 행동은 목적적이고 목표지향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대개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찾아 이해하려고 한다. 부모가 이혼해서 결핍이 있어 그렇다고, 가정에서 너무 엄격하게 키워서 그렇다고, 형제가 너무 많아서 관리가 안 되어 그렇다고 말이다. 그렇게 행동하게 된 원인을 살펴 그 원인을 소거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면 그런 원인 분석 역시 나름 의미있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통제권 밖의 일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행동에 미치는 원인은 다양하고 또 어쩔 수 없는 영역도 있다 보니, 그 아이의 부모라도 충분한 제어가 어렵다. 즉 원인을 파악하고 이해한다고 해서 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찾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원인과 이유가 비슷한 경우지만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모든 이혼가정의 아이가 애정 결핍으로 비뚤어진 행동을 나타내지 않는다. 상황과 조건이 비슷하게 어려운 경우라도 더 나은 행동을 선택하고 괜찮은 성장을 보이는 아이들이 분명 있다. 그런 아이는 어떤 차이를 지니고 있을까? 사연 없는 집은 없고 어떤 아이든지 그 아이만의 인생이 굴러간다. 각자가 가진 사연이 작용하여 그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형성해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결국 그렇게 해서 형성된 자아는 자기 나름의 해석과 결정을 하며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 어떤 행동 이면에는 어떤 목적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일정한 방향성도 존재할 것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음을 지도하는 교사나 부모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인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행동 이면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때 행동을 개선하거나 조절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행동에 담긴 목적은 분명 그 사람의 생존과 관계되어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고, 타인과의 연결과 의존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아이라도 속한 집단 속에서 소속감(Sense of Belonging)과 존재감(Sense of Significance)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이는 누구나 추구하는 목적인 셈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우리 반 아이 역시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 그 아이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선생님을 힘들게 하고 괴롭혀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아이라도 근본적으로 그런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아이 역시 그저 소속감과 존재감을 추구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 아이의 문제 행동이 자기 나름의 논리가 빚어낸 최선의 행동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사적 논리(Private Logic)를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해석으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할 신념이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즉 사람마다 처해진 상황이 같을지라도, 각기 다른 국면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주관적 현실(Separate Realities)이라고 한다. 아이 안에 형성되어 있는 어떠한 사적 논리가 어떤 목표를 만들어내고 문제 행동을 하게 했다면 이는 그 논리가 갱신되면 행동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들러와 드라이커스는 문제 행동 대신 어긋난 행동(misbehavior)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어긋난 행동 이면에는 어긋난 목표(mistaken goals)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행동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행동은 결국 보이지 않는 어긋난 신념과 목표가 이끌어낸 셈이다. ‘어긋난’이라는 말로 번역된 ‘mistaken’이라는 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잘못 판단된, 오해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어긋난 목표라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세상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오해한 상태에서 추구하고 있는 목표임을 의미한다. 만약 그 잘못된 판단과 오해가 조금이라도 해소된다면, 가지고 있던 신념이 바뀌고 더불어 더 나은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다.
위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아이들의 행동을 연구하면서 어긋난 목표가 4가지 정도임을 발견하였고 이 중 하나 또는 여러 개를 추구하며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지나친 관심 끌기, 힘의 오용, 보복, 무기력이 4가지 어긋난 목표의 이름이며, 긍정 훈육의 창시자 제인 넬슨과 린 롯은 이 4가지 목표별로 어긋난 신념과 숨은 메시지 및 각 목표에 따라 해줄 수 있는 긍정 훈육의 방법들을 표로 정리하였다. 이를 어긋난 목표 차트(별첨)라고 하며, 각 목표를 찾을 때 아이의 행동에 대해 교사가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우리는 아이의 문제 행동을 가지고 아이와 하던 씨름을 멈출 수 있다.
어긋난 목표를 가지게 된 과정 가운데 그 아이는 분명 낙담하게 되는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 낙담이 어긋난 신념을 형성하고, 나름 자신을 지켜내고 살아갈 최선의 방책으로 어떤 행동을 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의 행동에 담긴 숨은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여지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그 행동을 수정하려고 하기 전에, 행동 이면의 신념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행동이 주는 암호를 해독하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굳건히 자리잡혀 있는 그 아이만의 사적 논리와 그 논리가 형성되었을 사연을 살필 수 있는가? 물론 그 사연을 우리가 바꾸어줄 수는 없다. 그러나 교실 속에서 나와 다른 친구들과 만들어갈 여러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긍정적인 경험과 사연은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신의 기존 사적 논리에 균열이 생겨 새로운 논리와 목적이 생겨난다면, 그 목적이 다른 사람들과도 건강하게 통용될 수 있는 것이 된다면 그 아이의 사회적 행동은 괜찮은 모습으로 자리잡혀 갈 것이다. 낙담한 아이에게는 격려가 필요하다. 어긋난 행동을 보이며 낙담했음을 어필하는 아이에게 우리가 할 일은 용기를 북돋아주며 더 나은 선택지와 행동을 알려주는 것이다. 교사인 우리가 부디 아이의 행동에 1차원적인 반응을 보이며 끌려다니지 않기를, 교사가 아이의 신념을 가꾸고 갱신해주는 괜찮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긍정 훈육은 이러한 시선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