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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Jan 25. 2024

한 걸음만 오면, 앞으로 꽃길

마음 정원에 꽃이 많은 분이세요.

마음이 젖은 낙엽 같은 때가 있었다.

한걸음 디딜 때마다 발이 푹푹 꺼지는 모래 위를 걷는 듯

삶이 휘청거렸다.

모두가 말하는 '잘 사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나는 잘 살고 싶었다.


"선생님은 마음 정원에 꽃이 많은 분이세요. 사람들이 꺾어가서 그렇지."

"맞아요, 그래서 제겐 남은 꽃이 없어요."

"꽃들이 남기고 간 씨앗이 남았으니 이제 더 예쁜 꽃이 필 거예요."

"......"

"'잘 살고 싶다'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생각하는 '못 사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 나쁜 짓 안 하고, 남한테 피해 안 주고, 가족들에게 상처 안 주고... 뭐 그런"

"지금 얘기한 것들에 선생님의 모습을 대입해 보면, 어때요? 그래도 잘 못 사는 것 같아요?"

"......"

"선생님, 예뻐요."

"??? 뭐가요?"

"선생님 지금 살고 있는 모습 너무 예쁘다고요, 예쁘게 잘 살고 있어요."


그랬구나, 내가 잘 살고 있었구나.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게 잘 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 선생님 정원에 다시 많은 꽃들이 피어나길 응원할게요.

 그래서 언젠가 제 마음에 꽃이 다 떨어지면 저도 한 송이 주세요. ^ ^"

"상담사님도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럼요~ 저도 사람인데요, 의사라고 안 아픈 거 아니잖아요."

"(그렇구나)......"

"저도 수도 없이 자빠지고, 엎어져 무릎이 깨지고,  화가 나서 욕을 하기도 해요. ^ ^"

삶은 끊임없이 탐구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현장실습 마지막 날, 상담소 화단에 꽃을 심었다.

활~짝 핀 꽃이 나를 보고 활~짝 웃는 것 같았다.

꽃(식물)은 신기하다.

보고 있으면 불안함이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진다.

꽃을 가꾸고 꽃향기를 맡고, 꽃 차를 마시는 등 활동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에 효과가 있는 플라워테라피도 있으니까.

나와 같은 마음이 젖은 사람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위를 걷는 것 같은 사람들

한 걸음만 더 오면, 앞으론 꽃길이니까

용기 내서 한 걸음만 걸어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절대 혼자 걷지 말고, 우리 함께 걷자고.

내가(우리가) 함께 걷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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