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어느 정도냐면... 한때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던 나 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본다. 간혹 모니터 할 드라마를 놓치거나 정주행 중이던 드라마 회차를 놓쳐 남편에게 물어보면 캐릭터, 줄거리, 스토리 라인을 주르륵~~ 말해줄 정도니 말 다 했다. 배우도 장르도 가리지 않고 다~ 본다. ^ ^
남편이 TV리모컨을 집어 들면 나는 서고가 있는 곳으로 피신(?)한다.
사실 난 드라마보다는 책 읽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TV를 보는 남편의 눈꼬리가 순하게 쳐지고 눈동자가 초롱초롱한걸 보니,
오늘도 손에 들린 리모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때까지 졸다 잠이 들게 뻔하다.
생각해 보면 남편과 나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선 식성을 놓고 보면 가리는 음식 없지만 맵찔이(코 찔찔~ ^ ^)인 남편과 달리
난 은근히 가리는 음식도 많고 무엇보다 아주~아주~~ 매콤한 걸 잘 먹는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나와 달리 남편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은 믹스커피!'를 주장하며 믹스커피를 마신다.
신체와 감정의 온도 차이도 다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남편과 서늘한 걸 좋아하는 나는 겨울만 되면 보일러 온도 1도 때문에 실랑이를 벌인다.
뼛속까지 감성적인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 (이놈의) 감성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한 반면,
의외로 남편은 감정 평준화(??)가 잘 되어 있어 어떤 일에도 큰 감정의 변화가 없고 늘 침착하다.
산책(걷기)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세상에 사람에 궁금한 것이 많은 오지랖 떠는 나와 달리
남편은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나도 피해 안 받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것 같고,
역마살인지 방랑병인지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과 달리 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엇보다 정말 안 맞는 건 남편은 고양이를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는데 아무튼 달라서 그래서 안 맞는 부분이 정말 많다.
"엄마랑 아빠랑 진짜 안 맞네~ 로또네, 로또!"
"로또도 가끔 한 두 개 맞을 때도 있긴 한데... 이렇게 안 맞는다고?"
오죽하면 아이들이 말할 정도다.
이렇게 안 맞는 우리가 어떻게 만나 어쩌다 사랑을 하고
가정까지 이루게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서로 비슷한 부부가 잘 살까? 서로 다른 부부가 잘 살까?
어떤 사람은 부부가 서로 비슷해야 큰 갈등 없이 잘 산다는 의견도 있고,
톱니바퀴처럼 서로 달라야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하며 잘 산다는 의견도 있다.
역시... 1997년 수능 수리 29번 문항만큼(정답률 0.08%)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