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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기 힘든 자에게
계속 아량을 베푸는 것이 옳은가

남북축구 중계를 둘러싼 북한의 태도를 중심으로

-2019년 10월 15일. 남북한 축구가 평양에서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을 치른 날이다. 우리는 이 역사적 게임을 볼 수 없었다. 관중도 없고 취재진도 없는 황당한 경기였다. 경기는 거칠었고 북한 당국자들의 태도는 불친절했다.

-이는 단순히 축구팬들만의 실망으로 끝나지 않았다. 북한과의 화합을 지지하던 많은 사람에게 상처가 되었다.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남북정상회담에서 나름 긍정적 평가를 얻은 김정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 그도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처럼 쉽게 믿어서는 안 되는 위험인물임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자기들 아쉬우면 손을 내밀었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거둬들이는 치고 빠지기의 북한 외교. 젊은 지도자 김정은도 예외가 아님을 온 국민이 체감하고야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남북 정상회담을 했고 이전 정권보다 북한을 위해 여러모로 애쓴 대통령이다. 전쟁은 공멸이기에 힘들어도 화합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의 문재인 정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화풀이를 묵묵히 받아주었고 북한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지지율에도 타격을 많이 입었다. 그런데 왜 문재인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는가?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협상의 팁 ; 신뢰하기 힘든 자를 되돌리고 싶다면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돼라>


-31세 최연소로 아이비리그 명문 와튼 스쿨의 종신교수가 된 아담 그랜트. 그가 쓴 책 <Give & Take ; 주는 자가 승리한다>에 보면 사람은 크게 세 부류가 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기버(Giver), 준 것 이상으로 받으려는 테이커(Taker), 받은 만큼 되돌려 주는 매처(Matcher)다. 과거엔 성공을 가장 많이 하는 그룹이 테이커고 실패하는 그룹은 주로 기버였다. 지금은 성공의 정점에 기버가 제일 많고 실패자 집단 중에도 기버가 가장 많다고 한다. 

-기버가 테이커보다 더 성공하는 이유는 첫째, 과학기술이 복잡해지면서 혼자 하는 일보다 협업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협업 파트너로 기버가 테이커보다 더 선호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둘째, 요즘은 SNS 등 통신망이 발달해서 기버의 미담이 순식간에 널리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기버가 곤경에 빠져 도움을 청할 때 도우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테이커의 경우엔 기버와 반대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기버와 실패하는 기버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실패하는 기버는 무조건 베풀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상대의 반응에 관계없이 베풀기만 하다가 아무런 성과가 안 나오자 번 아웃되어 스스로 지쳐 떨어진다. 한 마디로 호구 역할만 하다가 성과 없이 좌절하는 사람들이다. 더 심한 경우엔 신뢰의 대가로 배신을 당하고 심각한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2017년 미국에서 베일리라는 노숙자 청년이 평소 자기를 도와준 윌킨스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가족의 엄마와 아들이 칼에 맞아 숨졌고 아버지는 부상을 입었다. 베일리의 살해 동기는 스마트 폰 요금 때문이었다고 한다. 윌킨스 가족이 스마트 폰 요금을 대신 내주었는데 그 해 초부터 요금 지원이 끊기자 앙심을 품고 살해를 했다는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표현이 딱 맞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남에게 호의를 베푸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가?

-사람마다 다르다. 난세에는 난세의 리더십이 평화시에는 평화시의 리더십이 필요하듯이 싹수없는 상대를 대할 때와 신의가 있는 상대를 대할 때의 태도는 달라야 한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윌킨스 가족처럼 피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성공하는 기버(Giver)는 실패하는 기버(Giver)와 달리 현명하게 베풀 줄 아는 이기적 이타주의자다. 먼저 호의를 베풀되 상대가 여전히 테이커(Taker)처럼 행동하면 호의를 거둬들이고 매처(Matcher)처럼 행동한다. 상대가 나에게 불이익을 주면 똑같이 불이익을 주고 상대가 나에게 이익을 주면 똑같이 이익을 준다. 넓은 아량으로 베풀기만 하면 버릇만 나빠진다. 특히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제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상대가 이런 원칙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예전처럼 호구 대하듯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눈치를 본다. 경제제재를 하였던 일본이 불매운동, 지소 미아 종료, 방사능 문제 제기 같은 우리의 반격을 받자 지금은 오히려 일본이 우리 눈치를 보듯이 말이다.     

-경북 청도군은 개그맨 전유성 씨가 공연을 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서 차로 4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하는 내륙의 오지인데도 2017년에 35만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그런데 지금은 전유성 씨가 이사를 가고 없고 북적이던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공연을 하던 철가방 극장도 문을 닫은 상태다. 세계 코미디 아트 페스티벌'을 앞두고 청도군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군청이 축제 준비과정에서 3년간 조직위원장을 맡아온 전 씨를 배제하고 별도의 기획사를 선정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전 씨가 청도군에 이유를 묻자 담당자가 "그걸 왜 설명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답하면서 섭섭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입장에서 민간인 코치를 받는 것이 불편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1등 공신일 뿐만 아니라 공연장 유지의 핵심 인사인 전유성 씨를 배제했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청도군의 과실이다. 청도군은 전유성 씨가 떠난 지금의 결과를 후회할 것이며 앞으로 이런 사건이 생기면 이전처럼 공무원 갑질을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요약하겠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 오른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예수님과 같은 신이 아니다. 고집 세고 뻔뻔한 사람이 너무 많다. 그들은 쉽게 반성하지 않는다. 그들을 더 이상 민폐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아담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자기만 이익을 보겠다는 테이커에게 무한 아량을 베푸는 것은 실패하는 기버의 전형이다. 성공하는 기버가 되려면 현명하게 베풀 줄 아는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상대가 반성할 때까지 매처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남북 갈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수순이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예수님 코스프레를 계속하거나 조급해서 서두르다간 지금보다 더 황당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 #축구, #남북 축구,  #월드컵, #협상, #기브 앤 테이크, #상생,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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