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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의 대응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여당 관계자들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북한의 이런 강공에 대한 본질적 해법으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북전단 내용이 거슬린다 하더라도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주도하고 살포 범위도 대단히 제한적인데 단지 그것 때문에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깰 정도로 심각한 문제일까? 


협상을 잘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요구(Position) 보다는 그 속에 담긴 진짜 의도(Interest)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북한 측이 요구한 대북전단 살포를 그만두더라도 저들의 트집 잡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신 연락선 차단에 담기 북한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추론되는 여러 이유들 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추려보자. 


첫째, 미국한테 뺨 맞고 착한(?) 한국 정부에게 화풀이하는 것

북한은 예전부터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원해왔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 정부는 북한의 요구 조건을 쉽게 들어주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에 대통령 선거까지 있어 북한을 신경 써줄 여유가 없다. 이럴 때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고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우리 정부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의 절박한 사정을 한국 정부가 나서서 대신 풀어 주기를 희망하는 것. 

북한은 트럼프와 정상 회담을 시작할 때부터 최소한 경제 규제만이라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미국이 응하고 있지 않다. 거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서 북한의 경제 사정이 더욱 악화된 상태라 한다. 어차피 미국에 이야기해봐야 통하지 않을 것 같으니 한국을 움직여 자기네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도다.


셋째,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어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우리나라 언론뿐만 아니라 서방 언론도 자극적인 기사를 좋아한다.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반도에서의 남북관계 악화는 전 세계 언론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소재다. 이때 가장 불편해지는 나라는 역시 우리 대한민국이다.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우리 정부가 나서서 직간접 지원을 해줄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남풍 마케팅.

우리나라 국민들은 분단국가로써 북한의 행동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북한의 도발은 남한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보수 집권 세력에 표를 몰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보수정권은 선거 때가 되면 의도적으로(?) 휴전선에서의 총격전 또는 간첩 사건 등을 터트려 지지세력을 결집하곤 했다. 이른바 북풍 마케팅이었다. 

북한 역시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남한과의 대치국면을 강조함으로써 체제 불만세력들을 잠재우고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남풍 마케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대남 사업의 책임자로 지목된 백두혈통 김여정이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남풍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을 수도 있다. 


위 네 가지 이유는 뭐가 됐든지 간에 우리 남한 정부를 불편하게 함으로써 자기네 이익을 취하려는 전략이다. 문제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어찌 됐건 북한과의 화합을 통해 상생을 추구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북한이 계속해서 남한 정부를 흔들면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 화합 정책은 명분을 잃게 된다. 대신 북한에 대한 강경 세력이 힘을 얻는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남한을 자극하면 할수록 북한의 의도와 달리 자기들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더 낮아진다. 

 

협상의 고수들은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의 문제부터 들여다본다. 그래야 상대도 나에게 협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트럼프가 자기만 이기겠다고 주한 미군 주둔비를 터무니없이 올리려고 애쓰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트럼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미중 대결 국면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의 전폭적 지지를 원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뿌린 씨앗 때문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를 포함해 그 누구도 자기가 호구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접근 자세를 바꿔야 한다. 파트너인 우리 정부와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포함하여 저들이 처한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지금처럼 상대를 곤경에 빠트리면서 이익을 얻겠다는 전술은 남북한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런 얕은수에 흔들리는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 당국자들도 단지 겉으로 드러난 요구 하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저들의 의도를 깊이 분석해서 본질적 대처를 해야 한다. 여기엔 당연히 대북전단과 관련된 대책도 포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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