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연락을 나에게만 할까?
아이가 어리다. 맞벌이다 보니 우리 애는 어린이집에 간다. 돌 전부터 다닌 어린이집. 처음엔 가정어린이집으로 시작했고 티오가 나서 국공립으로 갔다.
남편이 아이 등하원을 시키고 나는 휴가 이외에 아이 하원에 동반한 적이 없다. 그렇다, 나는 일 년에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만 하원을 시킨다. 어린이집 선생님을 본 건 손에 꼽는 일이다.
그러나 신기한 게 모든 연락은 나에게 온다. 아이 약 복용, 부모 상담지 작성, 부모 참여수업, 부모교육 참석, 교사 연가 여부. 키즈노트(어린이집과 부모 간 소통 앱)에 분명 아빠가 댓글을 달았는데도 연락은 나에게 온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했었는데, 내가 그때만 (약 4개월) 잠시 등하원 라이드를 했다. 그런데 어린이집 선생님 하시는 말씀,
아빠가 참 자상하세요.
매일 등하원해주시잖아요.
저는 맨날 애 밥 차려주고 남편과 아이 옷도 코디해주며 코로나 내내 아이 등하원해주는데요. 식단 메뉴는 뭐가 좋을지 매일 고민하고 인터넷으로 비교해가며 장을 보고요. 옷은 철마다 옷 박스에 정리하며 어떤 사이즈를 입어야 할지 분류하고 드라이 맡길 것을 정리합니다. 가족에게 뭐가 필요한지 살펴보고 속옷이나 양말같은 게 없으면 구입하고 옷은 색상 옷과 흰 옷을 분리해서 빨며 아이가 먹다 흘린 음식 자국은 손빨래를 할 때도 있지요. 잠이 많은 남편 대신 저는 주중 저녁엔 아이를 씻기고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서 아이와 놀아주고 블럭을 쌓아주고 요리놀이를 해줍니다. 시간이 나면 물때가 낀 화장실 청소는 제가 하고 벌레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틈틈이 하수구에 끓는 물을 부어 청소를 합니다. 저는 이런 일이 일상입니다. 이러는
저는 자상하지 않나요?
부부가 합의해서 아이를 낳았으면 육아는 당연히 남편도 해야 하는 거고 거기에 등하원도 포함이 된다. 그래서 남편도 키즈노트에 댓글을 달고 직접 부모상담지를 작성하고 아이 예방접종 때도 문진을 작성한다.
어린이집은 그걸 부담스러워하고, 또 남편도 그걸 느끼게 함으로써 아빠도 육아에 참여하는 것을 느슨하게 한다.
워킹맘이셨다는 가정어린이집 원장님도 내가 오늘 출장이니 아이 관련해서 남편에게 물어보라는 내 말에도 기를 쓰고 나에게 전화를 하셨고(부재중 전화가 무려 4통! 카톡은 5개, 문자 3개. 남편에겐 문자도, 카톡도, 전화도 가지 않았다. 저에게 연락하느라 고생하셨겠지만 남편의 답이 더 빨랐을텐데요!) 지금 다니는 국공립도 최우선 연락할 보호자를 아빠로 기입해서 서류를 냈음에도 기어코 나에게 연락한다.
엄마의 디폴트값은 너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