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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찬 Feb 04. 2016

스페이스코웍이 뭔데?

지방에서 시작하는 코워킹스페이스 도전기

2015년 9월 스코 컨셉회의 사진들 (공간 오픈 전)
스코 1층 오픈 라운지 (만남의 광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더 늦기 전에 결심을 실행하자!'

만 8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독립을 결심했다.  서울 생활을 마감했다. 코워킹스페이스를 기획했다. 작년 고향으로 돌아와 공간사업을 준비한다고 하니 이런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코워킹스페이스가 뭔데?"

"그게 혁신도시에서 될까? 거긴 멀어. 사람도 없고"

"비즈니스를 지원한다고? 그걸 왜 민간에서 운영하는데?"


백 마디 말보다도 말랑말랑한 공간을 눈으로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묵묵히 일을 해나갔다.

그간 기업에서 신사업개발 업무를 하며 제휴와 협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스타트업, 스몰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제휴는 필수다. 작지만 강한 연대를 돕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의 아주 중요한 두 요소를 집중적으로 고민해 보았다.


'고객'에게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우리는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공간의 공유경제(Share Economy)모델을 적용했다. 더불어 단순 공유를 넘어선 실제의 협업가치를 만드는 협력적 경제(Collaborative Economy)에 초점을 맞추었다.

스코 상주형 공간 입구

주변의 우려가 쏟아질 때, 스스로도 '이 공간이 정말 될까' 걱정이 들 때도 있었다. 코워킹이 만들어낼 그림(End Image)을 상상할 때마다 가슴이 뛰었지만, 현실에서 공간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허상에 불과한 일이었다. 이 두려움 덕에 더 열심히 행동에 몰입했다. 쏟아지는 일에 피로해질 때면 스코 사이트의 메인 슬로건을 읇조렸다.  

우리는, 미래는 맞이하거나 준비하는게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코워킹 공간은 비즈니스 피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오픈 한달 반 만에 22개의 상주룸 100%가 입주계약을 완료했다. 평균 공실율 60~80%에 이르는 혁신도시의 오피스 시장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스코가 협업의 지도를 넓히고, 코워킹공간이라는 생소한 개념, 혁신도시라는 거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5가지'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첫 번째, 우리는 코웍패밀리의 창업 리스크를 감소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어떤 창업가들은 창업 초기 자신감과 체면으로 넓은 사무실과 인테리어에 투자한다. 사업이 뜻대로 흘러가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 이는 매몰비용이 된다.  중요한 투자가 필요한 순간에 자금이 모자란 경우가 생긴다. 우리는 실용성에 주목했다.


입주팀들은 책상, 의자, 회의실, 복합기, 프로젝터, 정수기, 커피머신, 사무용품, 인터넷, 사물함, 우편함 등의 인프라를 공유(!)하며 각자의 사업에 온전히 집중한다. 컴퓨터만 들고 와 당장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보증금과 관리비도 없고, 임대료는 사용료 개념으로 대체된다. 창업 유지비용을 대폭 줄였다.

스코 라운지 바


두 번째, 우리는 IT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였다.

기가인터넷은 물론 무선인터넷으로 업무 속도를 높이고, 전용 업무용 메신저 (토스랩에서 개발한 잔디)를 활용해 전문가들끼리의 민첩한 정보공유와 소통속도를 끌어올렸다. 1층 오픈 라운지에 배치된 수십 개의 좌석이나 회의실 모두 전기 콘센트가 연결되도록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였다. 모빌리티 업무환경에서는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해야 한 발 빠른 업무가 가능하다.


스코 기가인터넷 실제측정


세 번째, 프로패셔널한 인재들을 섭외하기 위해서 정성을 들였다.

지역의 젊고 유능한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님과 대기업 경영기획팀장으로 재직하며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해 본 베테랑 등 실무역량이 뛰어난 분들을 삼고초려 모셔왔다. 사람과 사람은 대화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므로, 풍부한 필드 경험을 축적한 좀 더 전문적인 식견을 나눌 수 있는 이웃(!)들이 중요하다. 산전수전 겪은 프로들과 함께 할 때, 비즈니스 전선의 승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하다.


네 번째, 돈이 많이 들지 않지만 품이 드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더 쏟았다.

지난 16주 동안 뉴스레터(브릿지뉴스)를 공유하면서 현재 약 200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였다. 직접 만난 분들을 중심으로 소식을 나누었다. 꽤 많은 분들이 만났을 때 소식을 잘 보고 있다는 말해주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공간에서 진행된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스페이스 코웍을 이렇게 다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공유했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spacecw

사이트 : http://spacecw.modoo.at/


마지막으로, 코워커들 서로 공감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새 입주 멤버가 기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티타임을 통해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창업가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 험난한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때로는 고독하고 힘든 상황들에 직면한다. 그때 연대의 힘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히 공간 만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생각, 경험, 노하우를 나누며 문제해결력을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초기에 공간의 컨셉을 잡고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 홍보를 하는데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감사하게도 여러 사람의 후원으로 1단계 목표인 스페이스구축과 입주를 기대보다 빠르게 완료했다. 비즈니스 성장이라는 목적을 품고 다양한 에너지가 합류될 때, 공유공간은 훌륭한 네트워크 화학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하나씩 사례로 보여지고 있다.





스코의 중심을 이루는 생각은 명확하다. 입주팀들, 지역공동체와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계속 발굴하고, 함께 비즈니스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다.


때문에 올해는 코웍(협업)이라는 모델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계획이다. 피터드러커가 명저 <프로패셔널의 조건>에서 밝혔듯이 사람은 가르침(Teaching)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Learning) 성장한다고 믿기에, 우리도 전문팀과 컨설팅, 코칭, 강연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함께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더 나은 사업적 대안들을 연구하고 공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스페이스코웍은 하얀 캔버스와 같다. 여기서 만들어질 다양한 콘텐츠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려가는 것이다. 파트너들이 서로가 가진 역량과 콘텐츠들을 한 바탕 비벼나갈 것을 기대한다. 지금, 바로 이 공간에 공유경제, 협력적 경제의 작은 씨앗이 뿌려졌다.


꿈을 꿀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불가능한 꿈을 꿔라.
그러나 그 꿈을 실천할 때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https://youtu.be/erD3_hlY2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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