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곳 양평에서 에어비앤비 트립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즐겁게 보내기 바빴던 1년 동안의 특별했던 시간을 찬찬히 풀어 보려고 합니다.
“서울만이 한국이 아니잖아.
진짜 한국적이고 재미있는 경험이 서울밖에 얼마나 많은데!”
“일단 오기만 하면 정말 좋아할 것 같은데!!
그런데 여기까지 오려고 할까?”
당시 트립을 만들던 2017년은 한국 에어비앤비에서 트립을 막 시작하던 때였다. 모든 트립을 다 합쳐도 스무 개가 되지 않았고, 모두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평소 여행 메이트이자 취향이 거의 같은 친한 친구와 에어비앤비 트립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의 캐릭터와 취향이라면 시너지를 내면서 훨씬 더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우리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면, 좋은 기획이라면 외국 친구들이 오히려 시간을 들여서라도 오고 싶어 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행자로서 외국을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태국을 경험하고 싶으니까 수도 방콕으로 향한다. 그러다 태국에 친숙해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치앙마이나 빠이처럼 태국만의 특징이 더욱 온전하게 남아있는 곳으로 향했고, 다시 현지인만 있는 더 깊은 시골로 들어갔다. 이런 곳은 관광 개발을 위한 인위적 손길보다 현지의 색채가 확연하게 짙었다. 훨씬 더 많이 웃는 사람들이 있었고, 작은 시장에서 따스하게 인사하고 얘기 나누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자연과 함께 느리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곳을 여행할 때 훨씬 더 행복했다.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작가만의 고유한 작업이 곧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이라는 보편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술은 대중적인 특성을 따라갈 때가 아니라, 결국 나의 뿌리를 둔 곳의 특성을 자신만의 스타일 안에 잘 녹여낼 때 진정으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라는 사실.
그렇게 한국에서 평소 가장 좋아해 왔던 요소들을 여행을 통해 한 데 엮어내고 싶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마음을 빼앗겼던 양평에서의 경험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며 과연 외국 친구가 좋아할지 상상해보자 정말 설레기 시작했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과 여유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히말라야처럼 자연을 찾아서 여행하는 내게 자연이 안겨주는 치유는 늘 최고의 휴식이었다. 머리와 마음속을 채우고 있던 시끄러운 소음을 잠시 끄고, 눈앞의 자연을 한없이 바라보는 데서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 작은 생각은 큰 자연 앞에서 자연스레 별 거 아닌 것이 되었고, 마음의 잡음은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지워졌다.
그렇게 산의 흙을 밟으며 걷고 히말라야를 눈앞에 두는 시간을 최고의 사치라고 생각했듯이, 양평에서의 경험도 내게 다르지 않았다. 회색빛 답답한 도시에서 지냈을 친구들도 이 곳에서 탁 트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다독임을 느낄 수 있기를, 코끝까지 시원할 숲 내음을 맡을 수 있기를.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려주고 싶었다. 이미 다 아는 풍경이라고 생각하고 걸음을 옮기지만, 산과 강이 알맞게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양평의 절경 앞에 늘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간의 여행을 통해 외국 여행자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수종사가 있는 산을 함께 오르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그들이 한국의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을 알아줄 거라고 믿었다.
600m의 산 정상 근처에 자리한 수종사로 향하는 청량한 숲길을 산책하는 시간은 언제나 가장 행복한 산책길이다. 솔향과 전나무 향으로 코끝까지 쨍하게 시원해지고, 흙길을 걷는 걸음에 차분한 향이 가득한 시간을 사랑했다. 이 길만으로도 친구들이 좋아하리라고 기대했다.
수종사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 양평에서 가장 아끼는 공간 중 하나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 오래된 산사에는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더없이 아름다운 전통 다실이 자리하고 있다. 다실에서 직접 녹차를 내려 마시며 마음이 차분하게 맑아지는 느낌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여행하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깊게 들여다보는 것을 여행의 시작으로 여기고 주체적으로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외국 친구들이 분명 좋아할 시간일 거라고 확신했다.
“여기서의 경험 진짜 좋아하겠지?”
보여주고 싶은 목록이 추가될 때마다, 정말 행복해졌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불자로 지내왔다. 불교의 큰 매거진에 불교 국가 여행기 글을 연간 연재하기도 했고, 지금도 선원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전국의 산사를 방문하는 일은 나에게 가장 설레는 여행 중 하나다. 친구는 나보다도 훨씬 더 불교와 인연이 깊다. 한 번은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친구는 불교 잡지의 표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함께 지리산 산사를 구석구석 다닌 적도 있었다. 하지만 둘 다 불교에 대해 종교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거기까지는 당연히 우리의 역량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산사와 불교의 느낌을 소개하는 일은 외국 여행자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불교가 매우 한국적인,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교를 초월해서 불교는 한국이 지닌 중요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이니까.
현대의 바쁘고 물질주의로 흘러가는 시대에 필요한 마음의 여유를 한국의 불교문화가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집중하는 진정한 쉼의 시간.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외국 친구들이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볼 수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