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시작하고 나서 몇번이나 하차를 고민했다.
모든 게 올드하고 전형적이었다.
호텔리어라는 한물 간 직업 설정에
호텔 경영을 맡은 재벌 3세와의 로맨스도 철이 지나보였다.
호텔 이야기라고 해놓고
초반에 갑자기 섬에 몰아넣고 강제로 고립 로맨스를 만들어버릴 줄이야.
배우들이 상큼하지 않았다면 언제적 드라마인가 싶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작년에 흥행을 했을까.
그게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가 대중을 건드린 것은
서비스직에 있는 을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여주인 천사랑은 대놓고 신데렐라 급으로 가난하지만
캔디처럼 밝고 올바르고 구김이 없다.
부모님이 사고로 한꺼번에 돌아가시고 국밥집을 운영하는 할머니 아래서 자란 배경.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신분에서 갑자기 재벌 3세의 사랑을 받으며 단번에 신분 상승.
이 판타지가 아직도 적중하는 것은
역으로 절대로 신분상승할 수 없는 사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신선했던 부분은,
일반인과 재벌3세의 로맨스인데도 집안의 반대가 크지 않고,
여주가 자기 신분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는다는 거였다.
천사랑에게 신분 차이는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후반부에 신분 차이로 인한 갈등이 생기긴 하지만,
그걸로 남자를 떠나느니, 헤어지느니 복잡하게 굴지 않아서 깔끔하다고 느꼈다.
여주가 자존감이 높고, 올바른 심성을 가졌고
그러면서도 당차고 할 말을 해서 보는 내내 시원시원했다.
윤아가 연기한 천사랑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있어서 끝까지 보게 됐던 것 같기도 하다.
반면 남주인 구원은 매력이 떨어진다.
국내 그룹사의 서자로, 백두혈통인 누나와는 엄마가 다르다.
호텔리어였던 엄마가 회장과 결혼하면서 구원을 낳았고,
무슨 문제인지 갑자기 사라져버려 구원은 버림받음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
가식적으로 웃는 사람을 견디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반항적이고 시니컬하게 굴다가
정말고 자신의 일을 소중하고 진지하게 여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천사랑을 만나고
그의 진심에 반하게 된다.
점차 사랑을 배워가고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도 알게 된다.
호텔 경영에 대해 진심으로 임하게 되고, 그에 따른 100주년 행사들도 멋지게 해내면서 경영자로 성장해간다.
구원이 자기 마음을 확인한 뒤부터는 끊임없이 사랑에게 직진하는 게 멋있었다.
계속해서 호텔 행사를 만들어 두 주인공에게 미션을 주면서
감정이 따라 붙게 하는 타이밍과 사건들도 적절했던 것 같다.
너무 무겁지 않게, 진지하지 않게, 딱 재미있게.
두 주인공의 사랑이 너무 일찍 붙고,
이렇다할 큰 빌런이나 갈등이 없어서 중반부터는 이야기의 힘이 좀 딸린다.
그래서 억지로 폭풍 키스를 하면서 자극을 끌어올리는데...
좀 보기 어려워서 스킵한 부분도 많았다.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려면 역시 갈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실히 로코의 미덕은 갖추었음.
선남선녀가 나오니 눈이 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