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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 Sep 06. 2020

처음부터 교사가 꿈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만둘 생각은 없었어요.


"처음부터 교사가 꿈은 아니었어요."


그럼 애당초 꿈은 무엇이었으려나.


중학교 때는 막연하게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 시간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접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진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별다른 꿈이 없었다. 뭘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았다.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며 인생을 즐길 수 있는지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당시에는 그저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그것만이 내 세상인 줄 알았다. 그러던 나에게도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대입이었다.


중학교도 배정이었고, 고등학교를 들어갈 때는 평준화이긴 했지만 18지망까지 들어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적어 내야 했다. 당연히 집 근처 고등학교가 1지망이었고, 근거리 배정에 해당돼서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건 선택이라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래야만 하는 거였다.


대학교는 달랐다. 고3이 되어 무슨 대학, 무슨 과를 갈지 선택하는 일은 가까운 고등학교 하나를 1지망으로 고르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1학기 수시전형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선택을 하지 못했다. 사실 어느 대학 경제학과를 쓰겠노라 하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긴 했었다. 담임 선생님은 네 내신에 버거운 학교이나 경험 삼아 써보라고 했고, 나는 접수 마감일이 며칠인지도 모른 채 여름방학을 맞았다. 내게는 경제학과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게 1학기를 흘려보냈다.


어느 날 엄마가 날 앉혀놓고 말씀하셨다. 


"교대를 써봐." "그게 뭔데요." "교대 좋다는데?" "네."


인터넷에서 교대를 검색하니 초등교사가 되는 대학교라고 나왔다. 그때까지 교사가 되는 건 선택받은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무나 성적만 되면 무슨 대학교에 들어가서 짠하고 교사가 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길러진 사람들이 비밀의 의례 같은 걸 거쳐서 교사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 나이 열아홉인데 그랬다. 진로에 도통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교대에 대해 알아보니 갑자기 교대에 가고 싶어졌다.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른다. 아마 미래의 나에게 엿 먹이려고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지금껏 아무 데도 관심이 없다가 누가 콕 찝어주니 그게 그냥 좋은 건가 보다 하고 마음이 갔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내게도 목표가 생겼고 공부를 해서 수능 점수를 올렸고 교대에 입학했다. 참 쉬운 이야기다.


사실 교대가 뭐하는 데인지도 몰랐던 것 치고는 공부를 그렇게 못하지는 않았다. 물론 교대에 입학할 성적까지는 안 되었다. 그러나 목표가 생긴 후로는 동기부여가 됐는지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교대에 들어갈만한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다. 이 역시 미래의 나를 엿 먹이기 위한 운명의 장난이었으리라. 




처음부터 교사가 꿈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만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초등교사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을, 퇴직 후 다른 일로 벌어먹고 사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재미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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