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모든 관계는 아주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한다고 되지 않습니다.
1.
제 고등학교 베프들은 먼저 하늘로 간 친구가 주고 간 선물 덕분에 1년에 1~2번 만납니다. 그 선물은 바로 계입니다.
그 친구의 장례식장에 모인 우리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다들 사는 게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은 보자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냥 보자고 하면 잘 안 볼 테니, 계를 하자고 했습니다.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집합 금지가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봄과 겨울에 우리는 만났습니다. 특별히 생산적인 대화가 없어도, 지나간 이야기를 매번 만날 때마다 되풀이하더라도, 재밌게 웃고 떠들고 즐겼습니다. 친구 사이에 뭐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거면 됐지요.
우리가 이렇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1년에 1~2번은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2.
또 하나의 학교 때 친구들이 있습니다. 총 6명입니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같은 고등학교입니다. 저는 다른 고등학교였지만, 거기 5명 중 3명은 저랑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어울리다 보니 친구가 되었습니다.
결혼 전에는 자주 만나서 놀았지만,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애를 가지고, 서로 살길을 찾아 각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나마 2017년에 다 함께 계를 하자고 돈을 모았습니다. 40세가 되는 해에 다 같이 여행 가자고요.
10개월가량 모았을 무렵,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우리 다 같이 여행 가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 그냥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코인에 투자하자. 그리고 수익 나면 각자에게 나눠주는 걸로 하자.”
유부남들이 적극 동의했습니다.
리플이라는 코인에 투자했는데, 10일 만에 90% 수익이 났습니다.
‘와, 코인판 장난 아니네.’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매도했습니다. 제가 낸 20만 원의 곗돈이 38만 원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플레이스테이션 4를 샀습니다. 다 같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우니 온라인에서 만나자고요.
알고 보니, 플스 4에는 온라인 연결 및 음성 채팅 기능이 있었습니다. 옛날처럼 혼자 집에서 하는 것이 아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애들을 재운 밤 10시 30분에 만나서, 12시까지 폭풍 수다를 떨며 게임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하나 둘 게임에 흥미를 잃어가며, 플스 4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그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은 몇 달에 한 번 대화를 나눌까 말까 합니다.
이제는 각자의 조사가 있을 때 겨우 볼 사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3.
처음 PSWC 1기 모임은 엄청 활발했었습니다. 다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고, 각자 어려움을 나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잘 모였습니다. 그러다 하나 둘 사업이 안되거나 잘 되면서, 혹은 사업장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만나지기가 어려워졌습니다.
1년에 3~4번씩 만나던 사람들이 1년에 1~2번, 2년에 1번 이렇게 만나질 때쯤, 우리끼리 계를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억지로 1년에 한 번씩은 보자고 말입니다.
그렇게 작년 여름부터 만들어졌습니다. 매년 12월에는 꼭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은 2달 전에 미리 정하고, 참석 못 하는 사람은 3만 원 상당의 케이크를 받습니다. 참석 못 하는 사람의 돈은 참석한 사람이 맛있게 먹습니다.
다소 강제성이 있지만, 강제성이 있어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인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내일 3번째 정기 모임이 있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집니다. 아무리 몇 년 만에 봤지만 어제 본 것 같은 사람도 만나야 어제 본 것 같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모든 모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모든 관계는 아주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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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
당신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사세요.
유캔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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