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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Dec 19. 2024

어르신의 걱정

치매환자들 중에는 “누가 내 돈을 훔쳐갔다”, “내 물건을 도둑맞은 것 같다”라고 말을 계속해서 가족들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고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호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득을 시도하지만, 환자는 더욱더 우기고 화를 내기 때문에 보호자들도 감정이 상하고, 특히 도둑으로 의심받는 사람도 같이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증상을 ‘망상’이라고 합니다. ‘망상’은 뇌기능의 이상으로 잘못된 생각을 기억하고 실제 정보를 잊어버리거나 실제 상황을 오해해서 발생합니다. 또는 과거의 경험과 관련된 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을 보일 때는 의심받는다고 흥분하거나 논쟁을 하지 말고 우선 환자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같이 찾아봐 주고 걱정을 하며 공감을 하면 환자의 불안감을 낮출 수가 있습니다. 환자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용돈을 맡기고 본인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주 찾는 물건은 대체품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도 방법이며, 은행통장을 계속 찾는 경우에는 비슷한 통장을 보여주고 안심을 시킬 수 있습니다. 물건이나 돈을 넣어두는 장소를 같이 정해서 써 놓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너무 심하면 의사와 상담하여 약물 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장재원 / 대한치매학회 정보위원회]


장수하신 내 아버지도 그랬지만, 장수하신 친구들 부모님도 그랬다. 나이 들면 배우자도 못 믿고 자식도 못 믿는다. 의심이 많아진다. 나이 들어 의심이 많아지는 것은 뇌가 노화되면서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망상이 생기는 것이다. 치매가 오는 것이다. 망상이 생기도록 살면 슬픈 일이다. 아니 끔찍한 일이다.


살아 있다는 것이 죄를 짓는 일이다.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진짜 해결책이 아니야.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독소로 전두엽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화를 자주 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과소평가해 남들이 보기에 엄청난 잘못을 주저 없이 저지르게 되기도 해. 그리고 타인이 느끼는 고통에 무감각해지면서 자신에 대한 공격에 과도하게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되지. 결국 이런 성향 때문에 가족,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나게 되는 거야. 그래서 모든 건전한 관계가 상실되고 주변에는 비위를 맞춰주면서까지 뭔가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만 남게 되니 더더욱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돼가지. 그렇지만 결국에는 그런 사람들조차 모두 떠나게 돼. 또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보기와 달리 자존감이 낮은 경우도 많은데, 그 때문에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혼자만 남게 되는 거야. 술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 중독치료 전문 어느 정신과 의사의 충고 -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 인터뷰 기사에서 발췌)


이 기사를 읽으며 내 주변의 많은 알코올 중독자 어르신을 떠올렸다. 어쩌면 나를 떠올린 것인지도 모른다. 저녁식사와 함께 소주 한 병 정도의 알코올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기분으로 잠도 잘잔다. 악몽을 꾸다 깨지 않는다면 다음 날 아침까지 많은 걱정들이 없어진다.


어르신의 가장 큰 걱정은 죽음에 대한 공포다.


1 지망은 돌연사고, 2 지망은 객사지만, 1, 2 지망 다 떨어질 수 있다. 3 지망은 암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무병장수란 너무 이상적이라 실존하지 않는다.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일 뿐이다. 장수하면 암이 생기고, 암의 진행이 늦어 죽음을 부르지 못한다면 치매가 온다. 치매가 올 때까지 산다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경제적뿐 아니라 심리적) 큰 고통을 주변에 특히 사랑하는 가족에게 안기는 것이다.

 

윤석렬 대통령이 알코올성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면, 내란죄의 처벌을 심신장애로 감경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강 작가의 지난 수상 소감에서 술도 끊고, 커피도 끊고, 여행도 끊었다고 했다. 오로지 작품활동에만 매진하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노벨상 받으러 스웨덴 가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서 지금의 혼란과 실망에도 한강 작가가 말한 건 ‘희망’이었다. 그는 “때로는 더 희망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즈음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대 문학의 의미를 되짚는 질문엔 “문학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을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 가는 행위다. 이를 반복하며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 애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문학은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다.'


p.s. 이즈음 방랑하며 한강 작가의 소설을 여러 편 읽었다. 소설의 전개가 엉망(?)이다. 시제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보통이고, 꿈과 현실도 뒤죽박죽이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꿈인지 헷갈린다. 시제가 엉망이고, 꿈과 현실이 헷갈리는 삶을 우리가 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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