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푸드테크 산업, 거품을 걷어내고 진짜 기술로 승부하라
최근 몇 년간 푸드테크는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아왔다. 코로나19 이후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비건식품, 대체육 등에 수백억 원대 투자금이 쏟아졌다. 하지만 거품이 걷히고 난 지금, 많은 기업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원천기술 없이 그럴듯한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서만으로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이 하나둘 무너지면서, 푸드테크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심사 부재에서 시작됐다. 변변한 특허기술 하나 없는 업체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고, 이는 시장을 왜곡시켰다. 앞선 기업들이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으니 후속 스타트업들이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푸드테크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진정한 기술 기반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한국 푸드테크의 가장 큰 문제는 원천기술의 절대적 부족이다. 지난주 모 식품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대용량 건조장비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일본 장비를 카피한 것"이었다. 한 대기업이 일본 업체에 구매 의사를 밝히며 도면을 요청한 뒤, 비싸다는 이유로 그 도면을 국내 업체에 넘겨 똑같이 제작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행이 반복되면서 외국 장비 회사들은 한국 대기업의 이름만 나와도 고개를 젓는다. "거기랑은 거래 안 합니다." 과거 한국 식품기술이 외국 기술을 카피하며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금은 기술 업그레이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옛날에 했던 행태는 중국 업체들의 뺨을 후려갈기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대체육 시장만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국내에는 대체육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사실상 전무하다. 대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판매하는 700원짜리 중국산 두부 간식보다 맛이 떨어진다. 이 제품은 말랑말랑한 육포 형태로, 두부로 만든 것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진짜 고기로 착각할 정도다.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최소 2,000원 이상이었을 텐데 맛은 그보다 못한 수준이다.
TVP(조직화 식물성 단백질) 제조 기술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모 익스트루더 제조업체가 만든 TVP는 성형은 되지만 수화가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열변성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물성 단백질은 70℃를 넘으면 변성이 일어나므로 단백질 구조 변경 시 온도 상승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또한 단백질 조성에 따라 열변성이 쉽게 일어나는 단백질과 그렇지 않은 단백질이 있다.
온도, 수분, pH, 이온 강도를 고려해 머릿속으로 단백질 구조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며 제조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런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곳이 거의 없다. 대학에서는 단백질에 대해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4차 구조와 변성, 정량분석 정도만 다룬다. 대학원에 올라가도 유전자 도입과 효소 제조, 클로닝 등에 연구가 집중되어 있어 단백질 가공 전문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술력 없는 기업들이 오히려 시장에서 주목받는다는 점이다. 일부 푸드테크 기업 대표는 기술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면서도 겉으로는 "우리는 기술기업"이라며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 외국에서 잠깐 뭔가를 보고 들어와서는 한국에서 그걸 해보겠다며 여기저기 정치질하며 비즈니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회사들이 단기적으로 매출 성과를 내고 대표적 푸드테크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 많은 오해가 쌓인다. 결국 원천기술 하나 없이 포장만 잘해 투자 라운드를 돌고, 기술 상장까지 시도한다. 이러니 식품기업이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리즈 A까지 투자받은 여러 업체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저기는 완전 사기꾼", "거기도 사짜 냄새가 난다"는 말이 공공연히 오간다. 연구계획서가 사실이 아니라 공상과학소설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생각만 그럴듯했지 그 이상은 못 나가는 이유는 원천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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