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한 물음표
“나이를 먹을수록 느껴. 내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구나."
올해 서른의 문턱을 넘긴 J가 문득 입을 열었다. 서로 연애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백이 떴을 때였다. 나는 J의 말에 공감하며, 더 늙으면 욕망은커녕 그 어떤 관심조차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답했다. “노인이 된다는 건 보이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라는 말이 우리의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노인 분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실험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체험한 사람이 말하길 노인이 되니 아무도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고 한다. 뒤이어 이런 저런 말들이 오가다,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늙음과 먼 위치에 놓여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서늘한 두려움을 느꼈다. 갑자기 죽음이 우리의 등 뒤에 서있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우리는 나이듦이 우리의 소지품이 아닌 것처럼 테이블 위에서 서둘러 치웠다. 벌컥 들이킨 아메리카노는 얼음이 모두 녹아 밍밍했다.
늙음이란 그런 것일까? 욕망에 얽히는 게 추해 보인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 “나를 사랑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노인을 본 기억이 있었던가. 오히려 기약 없는 보답에도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먼저 떠오른다.
왜 이런 인식을 가졌는지 여러 가설을 세워본다.
1)
우리나라 사회는 나이에 따라 정해진 트랙이 있기 때문에, 노인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다. 결혼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이혼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불륜이 아닌 이상 중년, 노년의 연애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따라 중년은 아버지와 어머니로, 노년은 할아버지 할머니, 즉 가족으로 바라보는 통념이 있는 것은 아닐까?
2)
노인을 향한 혐오가 공공연하게 깔려 있다. 이러한 현상을 ‘에이지즘(‘고령자 차별주의' 혹은 '연령 차별주의'로,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아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부른다. 흔히 노인은 병들고 나약해서 쓸모없는(=노동이 불가능한) 존재로 여겨진다. 혹은 ‘꼰대’, ‘틀딱’처럼 구시대적인 가치관을 청년에게 강요하고 본인이 연장자이기에 공경하고 대접하기를 요구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또 있을까? 여러분의 이유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