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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민호 Nov 08. 2022

마이클 조던, 번아웃에 빠지다.

연습과 훈련이 보상하는 것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선수, 마이클 조던은 그 중 한 사람입니다. NBA에서 활약한 그의 기록과 업적은 여기서 일일이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전무후무 합니다. 그런데 1987년 부터 1993년까지 마이클 조던은 종종 슬럼프에 빠지곤 했습니다. 여기 저기 쏟아지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 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안고 뛰어야하는 경기, 그를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상태팀, 빼곡한 일정과 충분한 휴식의 부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해야 하는 팀 연습, 마이클 조건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결국 그는 번아웃에 빠지게 되었죠. 심한 스트레스, 계속되는 경기와 훈련으로 농구는 물론 삶에 대한 의욕까지 잃게 되었습니다. 당시 결승전을 앞두고 있던 시카고 불스는 난리가 났습니다. 시카고 불스는 마이클 조던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팀 닥터의 마이클 조던에게 휴식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클 조던 역시 의사의 권고대로 시카고 불스의 NBA 결승전 대신, 혼자 2주 정도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하죠.

마이클 조던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와 피겨여왕 김연아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 역시 매일 같이 반복되는 연습으로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이럴때마다 잠시 훈련을 멈추고 시간을 내어 취미생활을 하거나 여행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무기력증, 또는 우울감이 찾아올때면 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혜롭게 극복하곤 했어요. 펠프스는 주로 게임과 쇼핑을 즐겼고, 김연아는 맛집을 찾아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영화를 보며 연습과 훈련에 치진 몸과 마음을 보살폈습니다.

 아마 언론이나 그 어떤 기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같은 이야기가 조금 낮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마이클 조던이나 펠프스, 김연아 선수를 좋아했던 팬들은 이런 사실을 믿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죠.

맞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지어낸 이야기예요. 당연히 그 어떤 매체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는 들어봤을리 없습니다. 왜냐하면 조던, 펠프스, 김연아는 제가 지어낸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행동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이들이 어떤 이유로든 연습과 훈련을 멈추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1987년 부터 1993년 까지, 마이클 조던은 NBA득점왕을 연속으로 차지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 입니다. 동료 선수들이 술, 여자, 심지어 마약에 빠져있을 때도 그는 연습을 했습니다. 마이클 조던의 코치였던 팀 그로버는 마이클 조던이 가장 탁월한 선수임과 동시에 가장 연습과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였음을 회상합니다. 또한 경기력의 0.0001%라도 향상 시킬 수 있는 훈련이라면 기꺼이 수긍하고 무섭게 몰입했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그런 마이클 조던이 단지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거나 컨디션이 나쁘다는 이유로 연습을 멈췄다면 그는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겠죠. 실제 마이클 조던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 팀 선발에서 탈락한 평범한 선수였습니다. 그렇다고 마이클 조던의 선천적 재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습과 훈련은 더욱 중요하죠. 왜냐하면 NBA는 기본적으로 재능을 타고난 이들이 노력까지 사람들로 이루어진 곳이니까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몰라요. 날짜도 모르고요. 전 그저 수영만 해요." _ 마이클 펠프스

"다 끝나고나면 느껴요. 아, 이게 연습의 결과구나." _ 김연아

 마이클 펠프스 역시 하루 종일 연습만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수영을 더 잘하기 위해 잠을 자고, 수영을 더 잘하기 위해 밥을 먹고, 수영을 더 잘하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펠프스의 하루 24시간,  삶의 모든 것이 수영을 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죠. 

김연아도 그렇습니다. 멋진 경기를 펼치기 위해 선수시절 김연아가 얼마나 많은 연습을 갈고 닦았을까요. 

"그냥 될 때까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그가 보여준 아름다운 연기를 보면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을까요? 우리나라에서 피겨는 안된다는 객관적인 역사와 선입견에 그냥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연습과 훈련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자신의 마음과 다투는 시간 또한 정말 힘든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연습과 훈련은 비단 세계최고의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 모든 프로선수들이 매일 이렇게 합니다. 매일 이렇게 하지 않는 선수가 있다면 아마 그 선수는 프로선수가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일 겁니다. 그리고 기분이 좋을 때, 상황이 허락하는 때에만 하는 것은 취미나 여가활동에 가깝겠죠.

그러면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프로는 날씨와 기분, 상황에 상관없이 매일 연습하고 훈련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프로는 이에 대한 댓가로 자신의 연봉을 요구하고 또 그의 실력과 성과에 합당한 가치를 책정받습니다. 이를 반대로 이해하면 자신의 일에 대해 연봉을 요구하고 실력과 성과에 합당한 가치를 책정받는 모든 사람은 프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은 마치 프로선수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작동하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규칙은 앞서 언급한 그대로 입니다. 프로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매일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듯, 대부분의 직장인과 직업인 역시 마찬가지로 매일 연습과 훈련을 반복합니다. 맞나요? 그런데 여기에 잘 읽히지 않는 이상한 문장이 하나 있죠? 프로 선수들이 매일 혹독한 훈련과 연습을 반복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직장인, 직업인들은 매일 그렇게 치열한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고 있을까요? 하고 있다면 매일 어떤 연습과 훈련을 하고 계십니까?

직장이나 작업의 현장에서 일 하는 것은 연습과 훈련이 아니죠. 그것은 실제 게임입니다. 우리가 그 게임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연습, 또는 훈련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단순히 연습과 훈련을 한다고 실력과 성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프로들의 세계에서 연습과 훈련을 안하는 선수들은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런 선수는 선수가 아니라 취미활동을 하는 아마추어일테니까요.

성과를 내는 프로 선수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연습과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면 열심히, 노력이란 단어의 뜻은 무엇일까요?

노력 : [명사]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

열심히 : [부사]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열심히 노력한다'의 핵심은 '다하여' 하는 것이 더군요. '온', '모든 것'을 걸고 말입니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일주일에 월화수목금, 이때만 하는 것은 다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만 하는 것 입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하는 것도 다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만 하는 것 입니다. '다한다'는 것은 가지고 있는 365일, 24시간동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건다는 의미입니다.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것은 '다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지 않을 때도 하는 것이 다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사전적인 의미로는 그렇습니다. 마치 앞에서 살펴봤던 조던, 펠프스, 김연아가 그랬던 것 처럼요.

계속 대단한 선수들을 들먹이며 이런 이야기를 하자니 갑자기 숨이 막히기 시작합니다. 그건 그런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립니다. 맞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건 그런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열심히', '노력'은 커녕 단순한 훈련과 연습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체로는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해보기도 전에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습니다. 세계 최고의 스포스 선수들처럼 열심히 노력하여 연습하고 훈련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취미가 아니라면, 프로답게 그에 걸맞는 최소한의 연습과 훈련 정도는 시도 해보자는 것 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일을 제외하고 연습과 훈련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혹시 프로 수준의 대우와 보상을 희망하면서도 정작 하루 일과는 아마추어 수준의 연습과 훈련으로 짜여있는 것은 아닐지요. 잠재적 희망과 현실적 행위 간의 간극을 극복하려는 사고력 결핍, 선택의 부재가 생활의 곤궁함에 대한 변명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의 책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에서도 언급한 기억이 납니다. 저는 가볍게 건내는 위로와 힐링, 뭐만 하면 번아웃이 온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내심 불편합니다. 물론 진짜 번어웃 증후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정말로 아픈 환자입니다. 배려와 위로의 말을 건내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죠. 아픈 것은 치료를 받고 힐링하며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하지만 힘든 것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연습과 훈련은 힘듭니다. 이런 성장의 과정이 힘들지 않고 손쉽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 아닐까요? 힘든 일을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힘들다는 것을 이유로 아프다고 말 한다면 이것은 잘못된 것 입니다. 아픈 것과 힘든 것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해요. 아픈 사람은 당장 멈춰야 하고, 힘든 사람은 이겨내야 합니다. 이로써 아픈 사람은 치유될 수 있고 힘든 사람은 이를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 곳곳에는 원하는 것을 단기간에  짧고, 몸과 마음은 힘들이지 않고, 크게 노력하지 않으면서 쉽게 얻으려는 효율성의 풍조가 문화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힘든 것은 손쉽게 나쁜 것이 되고, 아픈 것이 됩니다. 당장 SNS 떠도는 광고와 돈을 다루는 책들의 제목만 봐도 그렇습니다. 쉽게 얻고, 빨리 할 수 있다는 다양한 광고와 책들이 즐비합니다. 그렇게 쉽고,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마이클 조던과 펠프스, 김연아는 왜 그렇게 힘든 연습과 훈련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고 간편하게 하면 될 것을... 어리석게도 말입니다.

마이클 조던은 혹독한 연습과 훈련 때문에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습과 훈련 덕분에 번아웃이 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마이클 펠프스는 우울과 불안감을 이유로 연습과 훈련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혹독한 연습과 훈련 덕분에 우울과 불안함을 이겨냈을 지고 모릅니다. 김연아는 희망이 없었다는 이유로 연습과 훈련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습과 훈련 덕분에 우리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선물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연습과 훈련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쉽게 번아웃이 오거나 불안, 무기력에 빠지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를 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신체적으로 더 힘들고, 정신적으로 더 고되고, 시간적으로 더 여유가 없을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번아웃, 우울, 불안함, 절망에 빠지는 이유는 고된 연습과 훈련 때문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혹독한 연습과 훈련이 부족한 이유로 번아웃, 우울, 불안, 절망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원래 무엇이든 존재보다 부재가 아픈 법이니까요.

귀한 당신이 되길 바랍니다.

_ㄱ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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