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Bartender, #1
바의 일은 쉽지 않다.
근무시간도 근무환경도 소위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 좋은 쪽으로 먼 경우도 드물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참으로 대하기 어렵고, 야간 노동 자체가 발암물질로 취급될 만큼 고된 것이다. 초심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받게 되는 건 박봉이다. 시선도 만만찮다. 전통적인 서비스업 천시도 문제지만 유사 업장(1)이 만들어 놓은 편견 장벽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명절 근황 보고 시간에 직업을 이야기했다가 괜한 질책을 받기도 하고, 낮에 일하는 가까운 이들과 점점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1) 유사 업장은 다음과 같은 곳들을 이야기한다. 요약하면 '종사자가 쉬이 다루어지는 계열'이다.
- 유흥주점의 일종 : 보통 토킹 바나 모던 바라고 부른다. 여성접객원을 앞에 끼고 술을 마신다. 술에 반드시 여성이 따라나와야 한다는 전통적 신념에 따른 영업형태가 바라는 이름을 덮은 것이라 생각한다.
- 일종의 클럽 : 큰 프랜차이즈가 있다. 음악+술+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서 좋은 곳일 수 있겠지만, 술보다는 다른 부분들에 운영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전통적 의미의 바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단 바 테이블이 없거나 적다....
결국 일부는 바텐더가 되는 것을 그만둔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은 바텐더가 되는 길에 들어선다. 바텐더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과목뿐만 아니라 학과가 학교에 개설되어 있고, 누군가는 일을 익히기 위해 피곤과 상대적 박봉을 감안하면서도 매일매일 가게로 나선다. 그 안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처음부터 바텐더가 되고 싶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대하는 게/술이/일 자체가 좋아서, 잘 벌 것/멋질 것/잘 꼬실 수 있을 것(ㅋㅋ) 같아서 바텐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사람도 있다. 참으로 많은 이유가 있다. 그 어딘가쯤에, 근본 없는 바텐더들이 있다.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업계에 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어어- 하고 바텐더가 되어 버린 사람들을 부르는 내 마음속의 분류다. 술을 만들고, 이야기를 하고, 좋은 시간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가끔은 직접 술을 마시는. (가끔이 아닌 경우도 있음에 주의할 것)
술을 매개로 하는 의사소통에는 평소와는 다른 감각이 있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자리는 즐거웠다. 분위기와 사람들이 너무 좋지만 주량이 문제라고 하니 선배가 칵테일 바에 데려갔다. 깔루아 밀크를 마셔 보고, 곧 술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바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술 자체도, 바마다의 특징도 잔뜩 있었다. 이번에는 이런 술, 다음에는 저런 술 하며 사뭇 다른 각각의 매력에 취해 매일매일 마시다 보니 곧 지갑이 너덜너덜해졌다. 타협점을 찾기 위해 고뇌하던 중, 만들어서 마시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깔루아 한 병을 구입했다. 거기에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직도 깔루아를 손에 가장 가깝게 닿는 곳에 둔다. 칵테일이 처음인 사람의 즐거운 출발을 위하여.
헤더 사진 Kevin O'mara
프로필 사진 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