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슈가, 밀크티가 유행이었다. 난 이 사업을 동대문에서 하고 싶어서 본사에 연락했다. 아무나 가맹점을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한창 핫한 아이템이다 보니까 다소 거만하게 들렸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타이거 슈가의 인기는 6개월도 안갔다. 처음에는 2시간씩 줄서서 먹고, 어떤 이는 하루에 한잔씩 꼭 먹는다고 했는데, 지금 그렇게 먹는 사람 없다. 눈으로 봐도 타이거 슈가 매장은 한산하다. (공차는 수요가 꾸준해 보인다. 더 일반적인 '티'를 팔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그 단 것을 밥처럼 먹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재미삼아 인증샷 찍을려고 한번 먹어본다.
비슷한 사례로 집근처에 '경성 꽈배기'가 생겼다. 1천원짜리 꽈배기 먹으려고 줄을 선다. 나는 가게 안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일하는 사람이 무려 7명이다. 개업초기라 직원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1천원 짜리 꽈배기에 인원이 너무 많았다. 저렇게 죽어라고 팔아서 남을까?
예상대로 한 달이 지나자, 가게 앞에 장사진도 줄기 시작했다.
'1인 1기'(김경록, 더난출판)는 은퇴후에 자기만의 기술을 갈고 닦아서 경제 활동을 하라는 내용의 책이다.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기술을 만들라고 한다. 근데 중요한 것이 빠졌다. 수요가 꾸준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 분식집, 편의점, 원룸 사업같이 변하지 않는 사업이 좋다. 고생스럽다는 단점이 있는데, 수요가 꾸준하다는 장점이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사람들은 밥을 먹을 것이며, 떡볶이를 먹을 것이고, 담배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필 것이며, 담배 사면서 음료수도 사고, 그리고 다리 뻗을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쟁이 일어나도 먹는 것과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는 절대적이다.
왜 '변하지 않는 사업' 보다 '뜨는 사업'을 선호할까? 그것은 '혹'하기 때문이다. 가게 앞에 손님이 줄서 있는 모습, 영업사원의 수익율 말빨, 회사에서 나와서도 보란듯이 재기했다는 이미지에 대한 희망, 이런 망상이 생기면 '뜨는 사업' '혹하는 사업'의 덫에 걸린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 보다 먼저 생각할 것은 그 일이 수요가 꾸준한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