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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CHO Ignacio Nov 03. 2015

NACHO의 싼띠아고 갔던 길

PROLOGUE - 일단  써 내려가기만 해도 되는데...

2010년 10월 23일 20시 드디어 800여 KM의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목적지인 Santiago de Compostela 

성당 앞 광장에 섰다. 이미 해가 져서 성당의 실루엣만이 어두워진 하늘에 어슴프레 보였던 5년 전의 그 저녁, 길의 끝에서 굉장한 보물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안고 걸어갔더랬는데, 길의 끝에 섰을 때 별다른 감흥이나 느낌 없이 단지 얼른 신발을 벗어던지고 앉아서 쉬고 싶었다. 싼띠아고로 갔던 길을 돌이켜보면 걷는 내내 하루하루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시작, 걷고 또 걷고, 도착, 감흥보다는 휴식. 맛있는 음식과 술은 덤!


La 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 - 싼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대성당

나는 싼띠아고 가는 길 (이하 "까미노")을 걷는 동안 만난 친구들 사이에서 NACHO라 불렸다. NACHO가 걸었던 까미노에서 난 유일한 한국사람이었다. 처음 까미노를 계획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 여행으로서의 까미노와 순례길로서의 까미노에 대해. 그러나 사실 계획했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왜냐하면 '가서 걷자'라는 계획만 있을 뿐 준비물이나 여정에 대한 계획은 전무했었다. 계획 중 하나는 까미노를 걸으면서 매일 기록을 하고 까미노를 끝내고 돌아가서 책을 내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나중에 내 책에 한 마디씩 써야 하니 준비를 하라고 설레발까지 쳤다. 그런데, 이미 2015년이 저물어 가는 11월의  첫날이 되어버렸다. 


까미노는 일단 길다. 시간이나 거리 모두. 그래서 시작할 엄두도 잘 나지 않지만, 막상 시작해도 끝까지 갈 수 있을지 확신도 없다. 까미노에서 돌아온 지 5년이 훌쩍 지나도록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생각은 '아! 얼른 글을 써서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데...'였다. 


일단 써 내려가기만 해도 되는데...


까미노를 걷는 것도, 까미노를 다녀온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일단 시작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NACHO의 싼띠아고 갔던 길을 일단 시작한다.



※ 2016년 6월 23일 내용 일부 수정함. 

일단 써 내려가기만 해도 된다고 써놓고 또 7개월을 손놓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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