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지적자본론, 디자인의 디자인 등
1~2월에 읽은 책들 중에 추천할 만한 책들에 대해서 정리해서 짧은 평을 남깁니다.
라틴어 수업, 한동일
한국인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가 된 한동일 교수님이 쓴 책입니다.
‘라틴어 수업’을 가장한(?) 아주 서정적인 에세이집입니다. 서강대에서 24명으로 시작한 라틴어 강의가 나중에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 강의가 되었고, 결국 주변 학교에서까지 청강생이 몰려들어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듣는 히트 강의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 당시에 했던 강의를 책에 담은 책입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좀 일반론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묵직하고 와 닿는 메시지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문체가 인상 깊었습니다.
지적자본론 +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마스다 무네아키
두권 모두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서점이라는 공간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창출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리테일 업계에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가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지적자본론’은 책으로서 써야겠다는 마음을 애초부터 가지고 저술한 것이고,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그동안 저자가 사내 블로그에 쓴 글을 엮어서 낸 책입니다. 하지만 두권 다 비교적 쉽고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단순히 ‘상품'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 덩어리’로 대하고 그 제안의 문화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알파벳순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진열해야 한다는 (필요하다면 관련된 음반, 영상물 등과 함께) 저자의 철학은 사실 저자의 말대로 ‘지적자본’이 없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가 주목을 받으며 큐레이션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큐레이션과 관련해서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책으로서 추천합니다.
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가 쓴 책인데,
출판된 지가 꽤 오래된 책임에도 불구하고(2007년에 국내 출간) 전혀 오래된 책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디자인 분야가 트렌드를 타는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이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저자는 디자인을 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해서 말하고 글을 쓰는 능력 또한 디자인 능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여러 디자이너에게 의뢰해서 일상생활 용품들을 새롭게 디자인하게 해서 그 결과물로 전시회를 했던, ‘redesign’ 전시 내용도 인상 깊었고, 일본인으로서의 일본 디자인의 과거를 솔직하게 반성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했던 점이 좋았습니다. 과잉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기존 디자인에서 벗어나 간결함과 소박함을 통해서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 그의 철학이었고, 이 철학은 무인양품의 제품에 잘 구현이 되어있습니다. 매장에서 자주 접하던 무인양품의 제품들이 어떤 철학에서 나왔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 (원제: A Whole New Mind), 다니엘 핑크
이 책은 버버리(Berberry)의 前CEO이자, 현재 애플의 리테일 담당 부사장인 안젤라 아렌츠가 주변에 추천하고 다닌 책이라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앞으로 기술이 발달될수록 ‘하이터치’,’하이컨셉’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하이컨셉'은 트렌드와 기회를 포착하고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능력, ‘하이터치'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의 미묘함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며 이를 전파하는 능력입니다. 최근에 안젤라 아렌츠가 애플에 일으키고 있는 몇 가지 변화들 (리테일에서 '브랜드 체험’만을 강조하지 않고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일련의 흐름) 또한 ‘하이터치, 하이컨셉’에 대한 안젤라 아렌츠의 생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미래 인재의 조건으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유희, 의미의 6가지 조건을 제시하는데, 많은 부분 공감했습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인사이트가 넘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원제: The Productivuty Project), 크리스 베일리
이 책은 자칭 '생산성 덕후’인 저자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1년 동안 했던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35시간 명상하기, 일주일에 90시간 일하기,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기, 일주일에 TED 70시간 시청하기 등 얼핏 보기에는 좀 정신 나간 것으로 보이는 실험들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자가 얻은 깨달음들을 이 책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저자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것이 단지 시간의 활용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주의력, 에너지, 시간’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면밀하게 관리할 때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주당 90시간 일하는 실험과 20시간만 일하는 실험을 둘 다 하는데, 결국 '주당 90시간 일할 때에 성취한 것이 주당 20시간을 일했을 때 성취한 것보다 고작 쥐꼬리만큼 많을 뿐이라는 점’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시간은 더 많이 투입했지만, 주의력과 에너지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생산성이라는 것을 생활 속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어느 날 400억의 빚을 진 남자, 유자와 츠요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명문대를 졸업하고 일본 유수의 맥주 회사에서 (기린 아니면 아시히 맥주로 추정됨)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경영하던 주점 체인을 물려받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회사는 400억 정도의 적자를 지고 있는, 파산 직전의 회사인 것을 알게 됩니다. 이때 파산을 선언하고 인수를 하지 않으면 자신은 채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저자는 회사를 회생시키기로 하고, 인수를 선택합니다. 결국 적자투성이인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1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이 과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저자가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택한 전략은 ‘일점돌파, 전면전개’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적자가 너무 심한 지점은 폐점시키고, 하나의 지점을 선정하고 이 지점을 성공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 그 성공방정식을 다른 지점에서도 적용시키는 방법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점포의 화재, 신뢰하던 직원의 죽음, 광우병 사태, 노로바이러스 사태 등 정말 산전수전의 역경을 겪는 과정이 나와 있습니다. 역시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도 내용이 워낙 드라마틱해 금방 읽었습니다.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1권, 2권)
이 책은 회계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회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입니다...라고 말해도 그다지 이 책에 매력을 느끼실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저도 숫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책은 제가 일을 하다가 회계지식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고른 책 중에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 책은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이 책은 케이스 중심으로 접근해서 회계의 지식을 전달 합니다.
예를 들어,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와 엔론 사태, 금호 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실패 사례 등의 사례를 자세하게 소개 한 뒤, 회계학의 관점에서의 이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회계학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1권이 히트를 치는 바람에 3권까지 나왔는데, 저는 현재 2권까지 읽었습니다. 경영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
창업가의 일, 임정민
창업가의 브랜딩, 유승우 차상우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 장병규
세 권 다 좋은 책입니다. 세 권 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들이 단지 창업에 관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권 모두 변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 변하고 있는 일하는 방법, 변하고 있는 성공의 공식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켈리 최
한 명의 한국 여성이 가난을 딛고 일본-파리에서 공부를 한 뒤, 파리에서 광고/컨벤션 일을 하다가 한번 크게 망하고, 망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한 다음, 프랑스에서 초밥 도시락을 파는 사업을 시작해 크게 성공한 이야기인데, 뻔한 성공담을 벗어난 신선한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 번의 사업 실패 이후에 실패 원인을 밑바닥부터 연구한 다음, 수많은 책을 읽고(그때 읽은 책들의 리스트도 이 책에 다 소개해 놓음),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가르침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거나 직접 연락을 해서 도움을 구하는 방법을 썼는데, 대부분 그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 한국 여성들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 준 책. 이 책도 술술 읽히는 책이라 금방 다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