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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민 Apr 18. 2018

마크 저커버그의 청문회 출석에 대한 인상적인 감상문

에버노트 창업자,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질문하다

지난주에 페이스북의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하여,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가 합동 주최한 청문회에 출석을 해서 증언을 했습니다. 많은 언론들은 인터넷의 기본도 모르는 몇몇 의원들의 무식한 질문(?)과 자신의 잘못을 의연하게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답하는 마크 저커버그를 대비시켜며 (심지어 평소에 안 입는 정장까지 입고 출석한 것도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 마크 저커버그가 기대 이상의 선방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 이후 폭락을 거듭하던 페이스북의 주가는 저커버그의 의회 출석 당일 4.5%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합니다. 페이스북의 이번 고객 데이터 유출 스캔들은 저커버그가 청문회에서 선방을 했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인터넷 업계에 이정표가 될 만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에버노트의 창업자이자 현재는 All Turtles라는 AI 스타트업 스튜디오를 창업한 Phil Libin의 글 (원제: Why Zuckerberg's testimony has me thinking about the kind of world we want to live in)을 접했는데, 저는 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고, 그의 의견에 대부분 공감을 했습니다. 그 글을 공유하고자 번역을 했습니다. (제가 번역한 것이라 오역, 의역이 있습니다. 감안하고 보시면 됩니다. 원문 링크는 여기를 클릭)


왜 저커버그의 의회 증언은 나로 하여금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했는가


나는 이번 주에 마크 저커버그가 청문회에 출석해서 증언하는 장면을 보고 여러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많은 면에서, 이 사건은 페이스북과  IT업계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느껴졌다. 나에게 이것은 마치 뒤늦게 맞이하는 성인식처럼 느껴졌다 (성인이 되는 것은 혼란스럽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본능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생각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기 위해 폰을 꺼내 들었는데, 고맙게도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따라서 나는 폰을 충전하기 전까지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아래와 같이 일곱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전반적으로, 나는 페이스북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기쁘다.

페이스북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세상이 페이스북 덕분에 확실히 더 좋은 곳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의 상이한 부류의 수많은 사람들을 좋은 방식으로 연결시키는 데에 성공했고, 때때로 이러한 연결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페이스북에는 진짜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2. 트위터에서는 마크 저커버그가 움짤 등으로 희화화 되고 있지만, 나는 저커버그가 청문회에서 처신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충분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며, 준비가 되어 있었고, 진정성 또한 보여줬다. 어색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순간들은 아주 드물게 존재하긴 했지만, 저커버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가 상대한 정치인들은 경험이 많은,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었고, 제로게임을 할 만한 동기들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내가 그 상황에 있었어도 저커버그만큼 잘 대처를 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내 생각에 이번에 보여준 저커버그의 모습으로 인해, 그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 즉 ‘대중 앞에서 제대로 말을 할 줄 모르는, 똑똑해 보이지만 뭔가 이상해 보이는 수줍은 청년’이라는 편견은 영원히 사라질 것 같다. 사실 그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부당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성숙하고, 능력 있고, 인상적인, 중요한 상장회사의 CEO다. 그는 대중의 검증을 받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이 있다.


3.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페이스북의 근원적인 문제는 회사의 미션(mission)과 비즈니스 모델의 불일치이다.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정밀한 타게팅 광고를 파는 것)은 페이스북의 미션인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connecting people)과는 거의 아무 상관이 없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페이스북이라는 제품과도 거의 관련이 없다. 이러한 근원적인 불일치는 페이스북이 앞으로 더 성숙하고 매출 성장이 단기 성공의 지표로 중요시되면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의 근원적인 불일치라는 문제는 모든 회사의 숙명은 아니다.

예를 들면, 애플은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일치되어 있다. 애플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더 많이 사면 더 돈을 많이 번다. 따라서 애플의 우선순위는 사람들이 더 좋아할 만한 아이폰을 만드는 것이다.

아마존도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일치되어 있다. 사람들이 아마존을 통해서 쇼핑을 더 많이 하면 아마존은 더 돈을 많이 번다. 따라서 아마존은 더 좋은 온라인 상점을 만들면 된다.


페이스북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페이스북이 돈을 버는 것과 페이스북 유저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는 몇 개의 단계가 있을까? 한 단계 한 단계의 간극은 바로 그만큼의 (페이스북 유저와 페이스북 비즈니스 모델의) 이해상충을 뜻한다.  


4. 페이스북이 2016년 대선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은 아주 인상적이다. 

물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든 문제들이 응당 해결되어야 하는 방식으로 쉽게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서비스는 몇 달 전에 비해 보안과 프라이버시, 이용자들의 선택권 등에 있어서 확연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스피드와 실행력으로 인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소셜 네트워크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 가지 압박 아래서도 여전히 기술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페이스북이 이러한 문제 해결의 과제들을 계속 중요하게 다루기를 바란다.  


5. 나는 IT 업계에 대한 규제에 찬성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또한 몇몇 규제에 대해서 우려하는 면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정보를 써드 파티에 판매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시킨다면, 그 규제의 의도와는 달리 페이스북의 데이터 독점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그리고 페이스북은 이러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말했듯이, 페이스북은 광고주에게 데이터를 직접 팔지는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그들의 플랫폼 내에서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정교한 타게팅 광고 서비스를 판다.  


광고주에게 직접 데이터를 파는 것과 페이스북의 방식 차이는 아주 작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고객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시킨다면, 오직 페이스북만이 제대로 작동하는 광고 플랫폼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이러한 의도치 않은 결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페이스북이 모든 규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규제를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취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작은 회사들도 규제에 대한 논의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6. 페이스북에 좋은 뉴스는 그들의 전체 광고 매출에서 나쁜 플레이어들(범죄자들, 사기꾼들, 외국 정보기관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극소수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고객 인증과 AI 기술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전체 매출에 큰 영향 없이 이러한 나쁜 플레이어들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쁜 뉴스는 이것이다. 나쁜 플레이어들과 페이스북의 무기 경쟁에서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몇 개의 썩은 사과를 공격적으로, 재빠르게 제거할 수 없다면 이 썩은 사과들은 연간 400억 명이 방문하는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사과상자 전체를 다 망칠 수 있다.  


7. 사회적으로 볼 때 가장 우려되는 면은 우리가 클릭에 최적화된 관심 경제(attention econony)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관심 경제의 전형이다. 사람들은 화가 날 때 관심과 주의를 더 기울인다. 그리고 클릭을 더 많이 한다. 이러한 관심 경제에 기반해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많은 것에 대해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화를 낼 수 있게 세상을 디자인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관심 경제는 엿같다(The attention economy sucks). 이 것은 우리의 미디어, 문화, 정치를 감염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며, 우리는 힘을 합쳐 이러한 문제를 고쳐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해서 돈을 쉽게 버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더 성숙한 모습으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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