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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Nov 07. 2023

툴루즈는 장밋빛  도시!  맞네

보르도에서 차로 두 시간을 달려왔다.

피레네 산맥에서 시작된 가론강의 물줄기는  툴루즈를 지나 보르도 쪽으로 흘러간다. 툴루즈에 들어서니 주변의 건물 벽돌색이 붉은 주황빛이다. 이 고장에서 산되 점토가 붉은빛이어서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장밋빛이다. 건물이 사각형인데도 획일적인 딱딱함은 벽돌색에 따라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 멋져 보인다. 여행지의 낯선 풍경은 보이는 대로 의미를 부여하니 그렇게 불러진다. 장미꽃을 연상했는데 장밋빛 벽돌 때문에 장미의 도시가 되었다. 무척 낭만 있을 거 같은 예감을 믿기로 하고 곧장 숙박할 호텔부터 찾았다. 어느  호텔이나 체크인 전에는 짐만 맡길 수 있다.  도시의 골목을 누빌 생각이라 주차까지 하고 지도 어플을 켰다. 너무나 똑똑하고 친절한 어플은 스마트폰이 어느 손에 있든지 방향을 잘 잡아준다. 너무나 편리하다는 점에서 이것만 끝까지 믿고 따라갔다. 판단은 인간의 몫이지만 가끔씩 방향이 헷갈려서 걸음수가 늘어날 때는 기계 탓을 한다. 어플은 빠른 길 서비스까지 하니 갑자기 낯선 길에서 머리가 빙그르 하다. 선택은 순간의 실수도 만든. 길을 잘못 들어섰다. 남자는 혼자서 해결하는 방법이 지도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고 여자는 현지인에게 다가가서 손짓 발짓에 통역 어플로 길을 묻는다, 뜻밖의 한국말로 답을 한다. 그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 봤다고 하며 매우 반긴다. 서강대와 인하대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였다며 대한민국 운전면허증까지 보여준다. 그는 툴루즈 시청까지 함께 걸으며 도시의 명소들을 알려준다. 프랑스의 느낌은 어떠한가 그가 묻는다. "사람들이 자유스럽다! 날씨는 맑고 하늘은 푸르다! 거리가 고풍스럽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에 대해 말한다. " 사람들은 친절하다. 음식이 빨리 나온다. 서울은 역동적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사로 알려진 곳은 내부에 있다고 한다. 시청사 위치는 카피톨광장이다. 툴루즈 시청 앞 광장의 레스토랑 천정의 그늘막이 바람에 휘날리는데 황금물결이. 하늘 천장은 쉽게 볼 수 있는 먼지떨이 응원도구의 비닐을 한 올 한 올 줄에 묶어 하늘에 걸었다. 아이디어가 재미있고 소박하다. 저비용 예산으로 고효율적 기대효과를 보여준다. 광장에는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날씨와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 좌석을  더 선호한다.  사람들이 광장바닥의 문양 위에서 사진을 찍는다. 광장 바닥에 툴루즈 백작의 문장인 오크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카피톨이란 뜻이 툴루즈의 시청을 뜻한다. 과거 툴루즈의 정치를 담당했던 의원들을'카피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광장을 지나 시청사로 들어가니 궁전급 장식에 미술 작품들이 홀에 가득하다. 관공서에 왔다가 예술나들이까지 할 수 있는 나라!  프랑스는  어디서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작품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멋진 계단 홀에는 툴루즈 출신 화가 장 폴 로랑과 아들이 그린 그림들도 있고, 이층 홀에는 신인상파 화가 앙리 마르탱의 작품도 있다. 시청이 아니라 훌륭한 미술관에 온 것 같다. 예술은 마음의 여유를 준다. 느낌 가는 작품 한 점 골라 오래 느껴본다. 예술이 주는 칼라는 작가의 마음이라 생각하며 가장 낭만적인 그림 한 점을 마음에 소장한다.

툴루즈 올드타운으로 들어서니  옹기종기 건물 간판들이 예쁘다. 건물의 틈새 공간에는 푸릇한 식물들이 작은 꽃을 피우며 화사하다. 시청사에서 10분 거리에 중세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불리는 도미니크 수도회에서 세운 자코뱅 수도원을 찾았다. 붉은 벽돌로 세운 입구에 들어서니 하나의 기둥에서 뻗어 나간 아치형 천정의 야자수모양 이 인상적이다

스콜라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유해가 성당 안에 모셔져 있다. 가톨릭 신학의 아리스토텔레스와 더불어 스콜라철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분이다. 수도원의 작은 창문으로 들어온 빛을 보며 찾는 이들은 명상수련도 한다. 여행의 피로도 풀 겸 잠시 빛을 피해 눈을 감아본다. 수도원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은 눈을 감아도 내 안을 비춘다. 여행자의 쉼은 하루의 가봐야 할 곳이 떠오르며 머릿속이 엉켜있다.  더 깊은 심연의 시간을 뒤로하고 찰나의 느낌만으로도 만족하며 두 손을 모은다.

중정의 초록과 탁 트인 전경은 바라만 봐도 심신이 개운해진다.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한 곳! 

걸음이 2만보를 넘었다. 도시를 알기 위해서는 걷는 것도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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