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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은 Mar 27. 2023

5년이 끝이 났다

그 순간이 오더라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정확히 말하면 5년 6개월, 햇수로는 6년이다.

너를 만났던 그때, 나는 계속된 상대의 이별통보로 지쳐있었다. 

아주 마음이 삐뚤어져있을 때 그때 나는 너를 만났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통보가 꽤나 힘들었던 기억에 이 사람도 언제 갑자기 변해서 이별을 이야기할지 모른다라는 생각 하면서 연애를 지속했다. 마음을 온전히 주지 않으려 노력했고 언제 헤어져도 내가 덜 힘들게끔 방어적으로 연애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일 년 정도는 그렇게 만났던 것 같다.

계속 만나다 보니 그게 되겠는가 


어느 순간부터 그냥 완전히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연인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마음에 정도가 그가 100이고 내가 60으로 시작했다면 연애의 중반쯤 들어섰을 때는 그가 70, 내가 100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변함없이 본인을 귀찮게 하는 내가 그는 귀찮았던 것 같다.


만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한 번도 헤어지자를 입에 담지 않았던 

우리는 5년 정도 될 때부터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각자의 일적으로 힘든 시기였고, 그 와중에 만난 지 5년이나 돼서 

28살이었던 그는 30대 중반의 시작을 앞두고 있었고

24살이었던 나는 30대의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그냥 마음만 보고 시작했던 우리가 이제는 현실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22년 5월쯤 그는 현실에서 본인의 미래를 위한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본인에게 1순위였던 내가 이제 후순위가 되었다면서 이제 함께 놀고먹고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이별을 고했다. 그때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별통보에 내가 다 맞추겠다고 하면서 그를 붙잡았다.


22년 여름 어느 날 아프다던 그에게 나는 내가 짜증 난 것만 생각하며 짜증을 냈다. 그때 그는 이제 진짜 우리가 헤어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며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때도 나는 미안하다고 그를 다시 붙잡았다. 

그때 그는 모질게 해서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모진 말들을 내뱉었다. 내가 하는 것들 다 싫고 하지 말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괜찮겠냐고 했다. 나는 다 내가 변하겠다고 마음만 돌릴 수 있다면 내가 변하겠다고 했다.


그때의 대화가 처음엔 몰랐지만 나에게 생각보다 큰 상처로 남았었고 점점 그 상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나의 일적인 부분과 가치관 무시하며, 본인의 가치관을 강요했던 그날의 그의 모습이 눈에 계속 그려져서 힘들었다.

그 뒤로 서로 바빠졌고, 자주 못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내 삶에 그가 멀어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진짜 이별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별을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힘든데  그가 나에게 힘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한 달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


날씨가 쌀쌀해지던 어느 날, 오랜만에 영화를 보기로 해서 내가 그를 데리러 갔다. 그가 차에 타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냥 계속 울어버렸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이 좋아 보여서, 날 해맑게 웃으면서 보는 그 모습이 마음이 찢어졌던 것 같다. 결국 영화는 못 보고 펑펑 울면서 헤어지자고 했다.


난 이제 네가 필요하지 않다고 아무리 힘들어도 네가 나에게 힘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때의 네가 했던 모든 말들이 상처가 돼서 나를 조여온다고..ㅜ


그때 처음으로 그가 그렇게 우는 모습은 처음 봤다. 오 년 만에 거의 처음이었다. 안절부절못하며 미안하다 하는 그의 모습에 결국 나는 모질게 뿌리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린 헤어지지 못했고 나는 한 달 정도 그에게 쌀쌀맞게 굴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만남을 지속했다.


그 뒤로 한파가 심했던 겨울 어느 날

나와 그의 현실은 그때의 한파보다 

더욱 차갑고 시렸다.

우리 둘 다 참 힘들었던 그때,

그는 내 손을 더 먼저 놔버렸다.  

그대로 나는 내동댕이 쳐졌다.




내동댕이 쳐졌다는 현실에 부정하고 싶었던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야기하면 다시 맘 돌리고 내 손 잡아주겠지 생각했다. 항상 내가 해달라면 결국은 못 이기는 척 내 말 들어줬으니까 매번 그랬으니까.


근데 그날은 아니었다. 폭설이 내렸던 날씨보다 네가 더 차가웠다. 이 남자가 이렇게 차가운 사람이었구나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내게는 항상 따뜻하기만 해서 이렇게 차가울 수도 있는지 몰랐다.


그가 자기는 나의 감정을 정말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내게 헤어지자고 했다. 이제 감정을 이해 못 하겠는 건지 안 하고 싶어 진 건지 본인만 알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이랑 그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불면날아갈까 한없이 애지중지하며 날 대했던 그가

지금은 그냥 우는 사람이랑 대화하기 싫다며 고개를 돌려버렸을 때

아, 진짜 우리가 끝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날 당장 그 순간 헤어진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결국 고집부려서 헤어짐을 유예했다.

일주일정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3일까지는 너무 슬프고 죽을 것 같아서 붙잡고 싶다는 편지를 쓰고 그를 위한 선물을 하나 샀다. 4일째부터는 우리의 헤어짐을 자각하기 시작하고는 마음을 정리하는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집 앞에 가져다 놨다. 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었다.  

나는 헤어짐의 유예기간 동안 매일같이 울어댔다.

이변은 없었고 12월 30일 우리는 헤어졌다.


우리가 어떻게 헤어져!

언젠가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20대의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나의 모든 걸 사랑해 줬던 너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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