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청역 제주감성카페 분위기맛집 [카페드레이프]
“아 너무 피곤하다.” 누적된 피로를 물리치기 위해 맛있는 거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역시 맛있는 게 최고야.
감성카페를 소개하기에는 조금 뜬금없는 당산동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높은 기업 밀집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다 여의도나 강남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서울에는 회사며 집이며 모든 게 많다. 구경거리가 많은 동네보다 오피스촌에 있는 개인 카페가 더 분위기 좋고 커피맛도 좋았던 경험이 꽤 있었는데, 오늘도 그 경험이 하나 더 추가된 날 되시겠다.
법원과 공공기관 근처엔 숨은 맛집이 많다. 굳이 찾아간 영등포구청역 근처 맛집에서 배부른 식사를 하고, 갈만한 카페를 찾다가 SNS 속 사진의 분위기에 반해 굳이 굳이 찾아간 곳이다. 지도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면서 ‘이런 데 그런 카페가 있다고...?’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공장이나 산업자재 취급처가 많은 동네인데 카페드레이프 자리의 이전 업종도 그랬으리라 짐작한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안에만 싹 고쳐서 카페를 만들었다. 울퉁불퉁한 시멘트와 벗겨진 페인트의 외관이 요즘 잘 나가는 힙스터마냥 카페 방문 인증샷 찍기에 딱이다. 갬성갬성한 힙지로 스타일 카페가 영등포에도 있다는 사실. 한글 폰트까지 심각하게 취향저격인 간판.
이 벽 뒤로 새로운 세상에 펼쳐집니다. 두구두구.
카페드레이프는 제주도 감성 카페로 아름아름 알려지고 있다. 현무암과 우드톤 인테리어로 제주의 느낌을 물씬 내긴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저 까만 돌이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내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높은 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안쪽 중앙에 위치한 오픈 키친이 호감도를 상당히 높여준다. 답답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무수한 카페 알바 경력자로서 보이지 않는 카페 주방 안은... 어휴 안 볼란다... 어떤 음식을 만들든 마음먹고 비위생적이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고, 마음먹고 무균실 같으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더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회사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카페에 손님이 많았다. 빼곡히 채워진 자리에 비해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
사진을 보며 갈 카페를 고를 때 예쁜 인테리어만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진-해 보이는 커피다. 커피 한 잔 원샷으로 카페인 충전을 하고 싶은 날이 있는가 하면, 한 모금을 마셔도 잘 마셨다 소문나는 그런 커피를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아메리카노의 크레마나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섞이는 모양을 보면 감이 조금 온다. 모르긴 몰라도 점성 좋은 에스프레소가 혀에 여운을 오래 남기는 것 같다. 커피도 와인처럼 바디감 좋은 걸 선호한다.
카페라떼 4.5
카페 비엔나(아인슈페너) 5.0
음료의 가격은 물가 대비 비싼 편도, 싼 편도 아닌 가격. 5백원 씩만 쌌어도 백만 배의 감동이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무난한 커피의 가격은 아메리카노 기준 4,000원 내외가 적당한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
맛있다. 일단 맛있다. 커피맛 때문에라도 다시 올만한 곳이다. 커피는 아메리카노는 고소한 맛이 좋고 우유와 섞을 거라면 산미 높은 원두가 내 입에 착착 감긴다. 이 라떼는 딱 그런 맛이다. 고소하고 부드럽고, 착착 감기는 맛이다.
“와! 커피랑 크림이 같이 들어와!”
아인슈페너를 좋아라 하지만 잘 마시지 않는 이유는 크림만 한 입 가득 들어올 때 그 부담스러움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페드레이프의 비엔나커피는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크림+커피+우유가 적절한 비율로 함께 들어온다. 이 집 비엔나커피에 감동받은 순간이다. 좁고 깊은 컵이 아니라 낮고 넓은 컵이 음료와 아주 찰떡이다.
카페에서 준비한 아이템을 하나하나 마주할 때마다 ‘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구석에는 레이스와 전신 거울로 감성 가득한 포토존을 마련해 두었고, 자칫 답답하고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정사각형 구조의 단점을 곳곳에 놓아둔 거울로 커버했다. 손님은 예쁜 거울 샷 남겨서 좋고, 가게는 그 예쁜 사진으로 알려져서 좋고. 음료 잔에 따라 아주 적절한 빨대 길이 하며 화장실 한켠에 놓인 삼청동 그랑 핸드 향낭까지. 역시 킬링 포인트는 이런 디테일들이다.
아, 스콘을 함께 팔고 있다. 가격은 3~4천원 대. 출출한 시간에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미지근하게 데운 스콘 하나 먹어보고 싶다. 또 가야 할 이유가 하나도 둘도 아닌 셋씩이나- 있는 카페드레이프.
곧 들어올 알바비를 기다리며 큰맘 먹고 직접 사 먹은 오늘의 올리뷰.
분위기까지 맛있는 커피 맛집
카페드레이프
서울 영등포구 양산로 146(당산동 1가 258)
글 YEDDY
사진 YED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