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랩 & 비빔보울 전문점 '바비스'의 가오픈 3주 이야기
2022년 03월 28일, 김밥랩 & 비빔보울 전문점 바비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열심히 준비한 것과는 별개로 부족하고 아쉬운 것 투성이었다.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며 짧게는 1-3일, 길게는 1-2주간의 가오픈 기간을 갖는다.
가오픈: 정식 오픈에 앞서 임시로 매장을 운영한다는 뜻으로, 경험이 부족하거나 원하는 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임시 오픈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시간. 예행연습과 비슷한 개념.
우리 역시 최소 1주의 가오픈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하루를 닫아야 하는 상황도 생길 정도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그로 인해 3주간의 긴 가오픈 기간을 지내기에 이르렀다. 바비스패밀리 브런치의 첫 글이자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두고 작성하는 이 글은 지난 3주간의 가오픈을 지내며 경험하고 느낀 수많은 것들을 복습하고 추후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보기 위해 써 내려간다.
크게는 세 가지였다:
1. 기존의 김밥, 비빔밥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2. 김밥랩의 제공 방법은 설득력이 있는가?
3. 우리답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우리는 '대중성'이라는 키워드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밥과 비빔밥을 선보이자’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할 수 있는 한식을 글로벌 형태로 재해석하자’가 우리의 목표인 만큼 메뉴 개발의 끝은 항상 대중성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오픈 초기에 바비스를 방문해주셨던 분들 중 '그래서 기존 김밥, 비빔밥과 뭐가 다른 거지?'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비스의 기존 한식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아래와 같다:
젓가락 없이도 먹을 수 있는 한식 브랜드
다양한 재료와 소스를 활용한 메뉴 구성
원하는 재료를 추가할 수 있는 경험 제공
음식, 서비스, 공간 등의 조화로운 균형 추구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발전하는 브랜드
<창업을 고민하던 당시의 생각 요약>
젓가락이 제한하는 경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같이 손으로 먹는 음식은 손쉬운(?) 경험을 제공하다 보니 음식의 맛에 대한 설득력만 생기는 순간부터 세계 여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국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만이 한국인 다운 것일까, 아니면 한국적인 것을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에게 경험할 수 있도록 재해석하는 것이 한국인 다운 것일까?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처럼 한식을 경험할 수는 없을까?
김밥은 김과 밥 속에 다양한 재료를 돌돌 말아 (당연히) 썰어주는 음식, 비빔밥은 각종 나물들과 재료들을 (당연히) 고추장에 비벼 먹는 음식. 당연하고 싶지 않았다. 뻔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스럽지만 보편적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김밥랩 & 비빔보울.
김밥랩: 김과 밥 속에 잘게 썬 다양한 재료를 돌돌 말아 손으로 들고 먹는 음식
비빔보울: 각종 재료들을 다양한 소스에 비벼 먹는 음식
기존의 김밥과는 다르다. 속 재료를 잘게 썰어 말았기에 랩(Wrap)처럼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다. 기존의 비빔밥과도 다르다. 그냥 고추장이 아닌 매실고추장, 더 나아가 들깨 마요, 들기름 등을 비빔 소스로 제공하며 신선한 재료들을 보울(Bowl) 안에 넣어 비벼 먹을 수 있다. (브랜드명, 태그라인, 슬로건 등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로 정리해 볼게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끝까지 랩(Wrap)처럼 손으로 들고 먹는 하나의 경험만을 고집하고 싶었던 우리는 단 하나의 생각으로 '잘라주세요' 옵션을 추가하기로 한다. 젓가락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설득력 있는 제공 방법일 수 있지만, 젓가락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한 불편함을 제공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현재는 우리가 추구하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랩으로 먹을게요'의 옵션과 '잘라주세요'의 옵션 중 선택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대중성'이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던 시점이 여러 번 있었지만, 우리는 끊임없는 대화와 시도로 고객들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 새로운 대중성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우리답게 시도해오고 있다. 이로 인해 개발된 (그리고 개선된) 메뉴 및 아이디어는 아래와 같다:
몇몇 김밥랩의 소스 증/감량 (예, 불고기 김밥랩 레시피 중 소스를 감량하여 불고기와 초생강의 조화로운 맛 두각)
심심할 수 있는 비건 보울에 우엉 재료 추가
김밥랩에는 치즈, 햄 추가 옵션, 비빔보울엔 밥 추가, 채소 추가, 계란 지단 추가, 건두부 추가, 햄 추가, 불고기 추가 옵션, 두 메뉴 모두에 매운 재료 (생와사비, 청양고추) 추가 옵션 제공
캔 음료 옵션에 비락식혜 추가
컵국 옵션에 시금치 된장국 추가
추후 오전 영업 시 주먹밥 메뉴로 한정 (가제: 밥모닝 - Bob Morning)
신선한 재료들을 주문한 고객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싶었고, 써브웨이(Subway)와 유사하게 동선을 짰었다. 주문 시 재료를 추가할 수 있는 맞춤성(Customization)도 제공함과 동시에 고객과의 교류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오픈 3일 차에 한계를 느꼈고, 가장 빠르게 계약할 수 있는 키오스크 업체를 찾아 설치를 의뢰했다. 설치를 위해서는 주방 기기들의 이동도 필요했고, 문제없는 주문을 위해 작업할 것들도 있었기에 우리는 가오픈 4일 차인 3월 31일, 과감한 휴업을 결정한다. 약 3일간의 가오픈 운영이 충분한 샘플이 되겠느냐는 자체적인 의문도 있었지만 우리는 아래의 이유로 과감한 결정을 했고, 이에 대해 어떠한 후회도 하지 않으며 나머지 가오픈 기간 동안 만족하며 운영을 해왔다.
주문 시 재료를 추가할 수 있는 맞춤성(Customization)은 키오스크로도 해결 가능
우리의 각기 다른 상황에 따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편차가 클 수 있음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키오스크 상에서도 김밥랩은 치즈, 햄 추가 옵션, 비빔보울은 밥 추가, 채소 추가, 계란 지단 추가, 건두부 추가, 햄 추가, 불고기 추가 옵션, 두 메뉴 모두 매운 재료 (생와사비, 청양고추) 추가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시각적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구두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낫다. 또한 프랜차이즈를 염두하고 있는 우리는 편차가 큰 서비스를 제공하여 불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보다, 필요 최소의 서비스 제공을 통해 불만족할 상황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본사에서 교육받은 점주가 재교육한 정직원이 재교육한 파트 타이머가 오늘이 마지막 근무하는 날이라고 가정해보자. 근무 기간동안 만족했다면 덜 불안(?) 할 수 있겠지만 불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했다면 상당 부분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는 직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면에서 편차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음식의 맛과 가격 이외에도 고객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의 리스크를 줄이고 싶었다. 주문 과정에서 아낀 에너지로 더 밝은 미소와 목소리로 출입하는 고객을 환영하고, 음식을 집중해 만들어내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전달한다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만족하는 상황이지 않을까?
우리가 아무리 예측하고 준비한들 실제 고객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고 믿었기에 더 기대되고 궁금했던 부분이다. 크게는 인테리어 가구/요소 추가 및 사인 디자인 보완이다. 큰 의미가 있기보다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 내용이기에 보완 내용만 간략히 정리하고 하나의 에피소드만 공유하고자 한다.
인테리어 가구/요소 추가
바 테이블 및 의자 구비: 1인 손님, 마주 보고 먹는 것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먹는 게 편한 2인 손님, 반려견을 동반하여 외부 도그 파킹에 반려견을 대기시킨 손님을 위한 자리
테이블 유리 설치: 상판의 특성상 음식물이 잘 닦이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함
도그 파킹 설치: 사랑스러운 반려견과 댕댕이들을 동반한 취식 또는 포장 손님을 위한 공간
웨이팅 의자 추가 구비: 생각보다 많았던 포장 손님과 배달 기사분들을 위한 공간
사인 디자인 추가
주문은 좌측 키오스크에서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 출입구 정면에 키오스크가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픈 주방 및 DID로 인해 직접 주문을 하려고 하는 고객들을 제대로 안내하기 위함
퇴식구는 뒤편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매장이 작고 한 번만 둘러보면 퇴식구 위치를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픽업 공간으로 식기를 반납하는 고객들을 제대로 안내하기 위함
컵국, 컵라면과 컵떡볶이 용기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음식물이 묻은 재활용 쓰레기의 분리를 헷갈려 하는 고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
이로 인해 웨이팅 의자가 2개뿐일 때는 테이블 좌석에 앉아서 포장을 기다리던 고객이 더 많았다면, 의자가 3개가 되며 공간에 대한 설득력이 생긴 덕분인지 포장을 기다리는 고객이나 배달 기사분들이 우리가 의도한 대기 공간에서 더 높은 확률로 기다리기 시작했다. 또한 2번을 방문한 내내 취식 후 식기를 퇴식구가 아닌 픽업 공간으로 반납하시던 손님이 픽업 공간에 위치한 퇴식구 안내 사인을 보고 제대로(?) 식기 정리를 해주셨다. 마감 정리할 때 분리수거 통에서 늘 나오던 컵라면 용기는 이제 보기 드물어졌다. 다시 한번 작은 요소들의 큰 역할을 실감하게 된 경험이었다.
이외에도 경험하고 느낀 부분들 투성이인 3주간의 가오픈 기간이었다. 그간 만난 고객분들의 소중한 의견이 헛되지 않도록 내일 정식 오픈부터 더욱 정진하며 맛있는 음식, 편안한 공간, 멋진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끝으로 공동창업자들의 소감을 공유하며 바비스의 가오픈을 마무리하고 정식 오픈의 서막을 연다.
<INTERVIEW>
Q. 약 3주간의 가오픈 시간을 지나며 느낀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민호: 그동안 나름대로 많이 성장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시작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걸 느꼈다. 그럼에도 든든한 팀과 함께 하루하루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3주 전 가오픈을 목전에 두고 불안함이 앞섰다면, 정식 오픈을 코앞에 둔 오늘은 기대감이 앞선다.
다운: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고 했지만 실제 매장에서 일을 하며 접한 고객의 반응이 예상과는 달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소비자의 반응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고 실천하는 우리 팀의 모습을 보면서 과정은 고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소비자와 올바르게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느꼈다.
새암: 여전히 부족한 부분투성이겠지만 얼마나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주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다. 그간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22년 04월 18일, 김밥랩 & 비빔보울 전문점 바비스 정식 오픈합니다.
어서오세요, 바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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