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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븐 Oct 27. 2021

1층에 삽니다.

[인생의 중간즘] 고층 살다가 체감한 1층의 매력


나는 현재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다.전략적으로 이사를 1층을 선택해서 4년째 살고 있다. 이유는 아들 때문이다. 달마다 중량감이 늘어나는 아들의 몸무게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들이 집 안에서 놀 때 자유로운 활동을 하도록 권하고 싶었는데 아랫집 걱정에 제약이 많아 답답했다. 또한, 어느 순간부터 3살짜리 아들이 물건을 떨어뜨릴 때마다 층간소음을 걱정해 아들을 나무라는 나를 본 다음부터 1층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안 사정으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이사 1순위 조건을 1층으로 잡았다. 1층 아니면 아예 고려를 안 했다. 필로티 층도 고려했으나 1층보다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상황에 맞는 적합 곳을 찾다가 드디어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엔 층간 소음 문제없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너무 기뻤다. 무게감을 나날이 더해가는 아들은 땀이 범벅이 되도록 뛰고, 링핏과 저스트 댄스를 지칠 때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와이프와 나는 아랫집 눈치 없이 이런 활동을 즐기게 된 것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우리들이 추구했던 마음의 변화도 경험했다. 높은 층, 가급적 멋진 조망권을 가진 보금자리를 추구했던 이전과 달리 아이에게 맞는 가정 그리고 이웃과 갈등이 생기지 않는 곳을 우선으로 하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1층이라는 위치적 이점을 더욱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지 못한 부가 서비스를 패키지로 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현재 1층을 살고 있는 분들이 공감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앞으로 1층만 살고플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첫째,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다. 1층에 사니까 정말 엘리베이터 탈 일이 없다. 그리고 계단을 이용하게 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없어졌다. 주차장에서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바엔 걸어 올라간다. 이게 되게 단순한 표현이지만 1층으로 온 이후 신체적으로 가장 큰 임팩트였다.


또한, 분리수거 및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가 매우 편하다. 그냥 바로 문 밖을 나가면 바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여름엔 누구나 불편한 것들인데, 1층에 사니까 정말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처리하는 것을 미루지 않게 되어 유익하다.


둘째, 심리적으로 밖으로 나가는 장벽이 매우 낮다. 건강을 위해 산책과 맨손 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1층은 바로 뛰어 나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면, 이미 들어오고 싶은 충동이 들 수 있다. 그러나 1층은 그러한 마음이 들기 전에 이미 걷고 있는, 운동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다. 이사 오기 전 13층에 살 때 건강을 위해 줄넘기를 도전했으나 실패했었다. 줄넘기를 들고 문을 나설 때부터 오가는 거리와 시간에 대한 것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은 저녁 식사 후 바로 30분 걷기가 가능할 정도로 집 안과 밖의 거리가 가까웠다.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 아들에게도 자전거 접근이 쉬우니 빠르게 숙달 되었다. 즉, 가족 모두 1층으로 이사와서 활동량이 늘어난 것이 큰 변화이다.


셋째, 층간 소음 문제에 자유를 얻었다. 거실에서 맘껏 뛰는 아이에게 나무라지 않아도 되어 좋다. 아랫집과 갈등이 생길까 봐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다. 그냥 아파트가 아닌 독립된 공간으로 생활 소음에 걱정 없이 지내니까 참 마음 편하다. 그런 여유가 생기니 윗 집의 두 아이가 뛰노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한 것 같다. 와이프와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뛰는구나' 정도 얘기하는 정도.


고층 살다가 이사 와서 체감하게 된 1층이라는 매력. 사생활 보호와 채광 문제가 걱정이 되었는데 살아보니 크게 주요한 이슈는 아니었고, 오히려 삶의 편리성 때문에 만족감이 더 큰 것 같다. 보금자리를 옮기게 되더라도 1층만 고수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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