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때는 중학교 2학년.
나는 한국국제학교에서 전교회장을 맡아서 나름 책임감 있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우리 학교는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풍엽국제학교라는 거대한 운동장이 옆에 있는
아주 조그만 영토에 덩그러니 건물하나 지어져 있는 그런 작은 학교였다.
가끔 풍엽국제학교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보이면 손을 흔들거나 반갑게 인사하고는 했지만 보통은 마주칠 일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운동장에 모여 다 같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학교는 보안을 위해 2미터 정도 되는 쇠창살로 장벽을 치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과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거리였다.
어느 한 낯선 남성이 다가와서 물었다.
낯선 남자 : "여기 입구가 어디요?"
나 : "저쪽으로 들어오시면 돼요!"
낯선 남자 : "선생님은 몇 분이나 계시요?"
나 : "한 10분 되실걸요? 왜요?"
그러고는 대답도 안 하고 뒤로 돌아 본인의 갈 길을 갔다.
가끔 조선족 동포들도 많이 살고 그러기에 별 생각은 없었다.
점심시간을 마치고 미술 시간에 찰흙으로 작품을 빚고 있었는데, 갑자기 쨍그랑 와장창 하며 어수선한 소리들이 들렸다.
국어선생님 : "미술 선생님! 북한 사람들이 쳐들어 왔어요! 아이들 데리고 대피하세요!"
우리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 사건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아했다.
나는 전교회장답게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을 통솔해서 밖으로 대피했다.
어떤 사람은 등에 아이를 업고 들어오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는 학교 밖으로 나와 집으로 하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기한 건 그때 그 사람들이 아직까지 공안에 잡혀간 줄 알고 끔찍한 악몽처럼 생각했었는데
문득 기억이 나서 기사를 검색해 보니 그때 계시던 선생님들이 그분들을 잘 케어해 주셔서
무사히 한국에 잘 가셨다는 유튜브 영상을 찾았다.
그날 이후에 그런 모습을 보고 가위가 눌렸었는데, 무사히 잘 넘어오셨다니 다행이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0311738760
이 일이 있고 나서 몇 달 뒤 학교 앞에서 서성이던 한 사람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 사람이 탈북자인 것을 알았다.
나한테 교장선생님이 어디 계시냐고 물었다. 나는 눈치를 채고 지금 교장선생님 위에 계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나와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여자애 한 명이 공안에게 밀고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곧 공안이 온다는 사실을 급하게 그분께 알려드렸다.
낯선 탈북자 : "누가 신고했소?"
나 : "죄송해요.. 저 경비 아저씨가 신고했으니 빨리 도망치세요."
그러자 그분은 미친 듯이 달렸다. 나는 걱정이 되어 지켜봤고
공안 차량이 그분이 달려간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날 이후로 그 친구가 너무 싫어져서 말도 한마디 안 섞고, 그 친구의 부모님도 싫어했던 일이 있었는데, 기사를 검색해 보니 그분은 잡혀가셨다는 사실을 이제야 확인했다.
https://blog.naver.com/yjugremrin/100020081706
https://www.youtube.com/watch?v=yXHlWJdMwp0&t=40s
목숨을 걸고 넘어오는 분들의 생각은 어떤 생각이셨을까? 아이를 뒤에 업고 철조망을 오르는 사람의 심정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학교 앞을 서성이던 탈북자를 밀고한 그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는 그 여자애가 정말 미웠다. 잘 못살고 있기를 바라지만, 아마도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그 친구도 어려서 몰랐겠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야지..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저평가하지 말자. 이들에 비하면 우리는 충분한 자유 속에 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