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태풍 바비 속에서- 소중한 우리 아가
온율아, 안녕?
이제 우리 온율이 얼굴을 보면서
보드란 너를 감싸 안으면서 인사를 나눌 수 있다니
벅차고 또 감사해
우리 건강하고 지혜롭고 이쁘고 똑똑한 온율이,
26일 자정, 엄마는 자다가 화장실을 갔어
‘톡’하는 소리와 함께
온율이를 감싸던 양수가 터졌지
엄마도 모든 것이 처음이라,
자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깨워서
병원 응급실로 갔어
그 모든 것이 얼마나 불안하던지
온율이는 아직 36주 2일 차고
마지막 몸무게가 이틀 전 1.8키로였어
물과 피가 흘러내리는 엄마의 몸보다
9개월 동안 고이고이 키워온 우리 온율이가
괜찮을까
세상에 나와서 건강하게 살 준비가
혹시 덜 되면 어떡하지 하는 혹시나 하는
걱정에 초조했어
엄마가 다니는 병원은
출산에는 규모가 있는 병원이지만
NICU;신생아 집중치료실
는 없는 곳이라,
간호사 선생님들이 혹시 아가의 상태를 보고
큰 병원으로 전원 가야 할 수도 있다 하여
진통 중에도 온통 온율이가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어
유도분만의 실패담을 종종 들어온 엄마는
제왕절개를 고민하고 있던 터라
한 달이나 먼저
급박하게 터져버린 양수에 엄마는 적잖이 당황했어
생각보다 양수 터진 후 진통이 빨리 찾아오고
관장까지 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짧은 단위의 진통으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더라고
온율이의 상태를 보기 위해
배에 기계를 매달고 있는데
통증이 심하니까
나중엔 다 떼어버리고 싶었어 (윽 -)
꽤나 이성적이라 자부한 엄마란 사람도
통증 앞에선 소리도 나오고 무기력한 사람이란 걸
그때 알았어
응급실에 자정에 도착해서
새벽 4시쯤 무통주사를 달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어
그리고 다시 촉진제가 들어가면서
통증과 힘겨루기 2차전에 돌입했어
틈틈이 내진하는 선생님의 손길엔
곡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이 모든 것을 의료진들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의 절박함이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고 새벽 6시 9분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온율이는 세상에 나왔어
으아앙~
나오자마자 앙칼진 울음을 울어대는 너를 보고
안도의 큰 숨과 함께 얼마나 감사하던지!
너의 첫 얼굴은
엄마가 예상한 수많은 그림보다
더 예쁘고 신기했어
내 몸에서 사람이 들어있다는 것이 다시금 새록 하달까? (눈물이 나올뻔했지만- 쏟아지진 않았어^^;;) 벅찬 감동이 마음을 채웠지
아빠가 지방에서 일하는 바람에
출산 후에 엄마와 온율이의 소식을 알려주게 되었지만, 수화기 건너편 아빠의 떨림으로
엄마는 아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
이렇게
엄마는 우리 온율이
처음 만날 수 있었어!
새벽에도 출산을 안전하게 이끌어주는
많은 이들의 도움 덕에
건강하게 온율이를 만날 수 있던 거야:)
감사하고 또 감사한 하루였어.
우리 온율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는 친구이길 바래:)
그리고 엄마에게
건강하게 와주느라 고생 많았어!
수고했어 온율아! 고맙고 또 사랑해 우리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