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비친 세비야의 순간들
1.
여행 가기 전에는 '어떤 사진을 찍을까', '어떤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같은 생각에 빠져든다.
이런 생각은 비행기가 뜨고 나서도 지속된다. 주객이 전도되는 순간이다. 넓은 세상을 보겠다고 나간 여행에서 좁디좁은 뷰파인더 안에서 씨름할 방법만 강구하는 꼴이다. 물론, 어느 것에도 정답은 없다. 그런 생각만 하면 여행은 좀처럼 나아갈 수 없지 않을까.
2.
세비야는 기억에 많이 남는 도시다. 현대적이진 않지만 고풍스럽고 길거리마다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아쉽기도 하는데 도시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세비야로 오는 비행기 때문에 아쉬움이 가득.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는 마음에 저가항공을 검색하는 내게 단빛 같았던 Vuelling Airlines. Overbooking으로 인해 우리의 여행 시간을 몇 시간 뒤로 미루더니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항공기의 시간이 지연된 것도 모자라 짐을 잃어버렸다. 어떠한 조치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내게 비수를 꽂았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짐은 자정이 다돼서 찾긴 했지만.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몸소 겪은 경험이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에서 어딜 다시 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역시 세비야다. 말해 무엇하리.
세비야의 순간들. 사진을 보면 그 기분까지 기억이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