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잠은 일찍 자는 편입니다. 밤이 되면 모든 감각이 깨어난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밤이 되면 더 활발해지고 의욕이 생깁니다. 하지만 잠을 자기 전까지의 제가 즐길 수 있는 밤의 길이는 너무도 짧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무조건 완수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도 가끔은 존재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외로움과 복잡다단한 세상사에 치여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잠을 자기 직전 새벽이 다가오면 문득 오늘 하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 보람찬 하루였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날보단 오늘은 어떤 하루였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날이 더 많기는 하지만요. 그렇게 고민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바로 침대에 눕는 것이 아쉬울 때는, 가끔씩 멀리 사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니면 꽉꽉 채워진 책장을 뒤져 이미 다 읽고난 책을 골라 냄새를 맡고,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곤 합니다. 온전히 누리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이런 행동을 하는 데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깊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아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 내일은 또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