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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Jan 28. 2019

신기루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0.

 한 번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았던 사람들과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가 왔었다. 사실 헤어진다기 보다는 때가 다가오니 다들 자기 갈 길을 가는 것 뿐이었다. 모두가 다섯개의 손가락 끝으로 가는 게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면, 지금 시기는 손바닥에서 손가락으로 가는 마디 사이의 부분인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이들과 있는 게 좋은데, 이들은 나만큼은 아닌 것 같았고, 저마다의 바쁜 삶이 존재할테니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섭섭함은 애써 숨기고 있었다. '이런 다시 혼자네' 라는 기분이 들면서, 나는 여기서 이렇게 있는 게 맞나 싶으며 불안해 했다. 하나, 둘, 자기 갈길을 만들어 떠나버렸고, 이제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떠날 때가 된 것 뿐인데. 모두가 빠져나간 이곳에 더이상 있을 필요가 없었지만,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갈 곳을 몰라서, 미련이 남아서, 아니면 두려워서, 잘 모르겠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지난 날들이 그저 전부 신기루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1.

 매일매일 방안에 박혀 우울한 글이나 써대고 있던 때였다. 몇 달 전 내가 저질러 놓은 러시아 행 비행기 티켓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숙소를 예매하고, 전날에는 꾸역꾸역 가방을 챙겼다. 여행 당일 날 공항에 가려고 짐을 챙겨 집 밖을 나선 그 순간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집이 행복한 건 아니었지만 무기력하게 파묻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상관 없었으니, 그저 마냥 집에 있고 싶었다. 어찌 됐건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 도착을 했다. 한국인이 정말로 많았다. 저녁에 도착을 해서 공항에서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같이 시내로 가는 길이라면 한국 사람들이랑 택시를 같이 타고 돈을 나눠 내고 싶었다. 다만 대부분이 같이 온 일행이 있어서 물어보기가 좀 뻘쭘했고 정작 물어봤을 땐 공손한 거절을 몇 번 당했다. 여차 저차 해서 나처럼 혼자 온 한국인과 같이 택시를 같이 탔고, 늦은 저녁에 시내에 도착한 뒤 같이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해서 밥 먹고 헤어졌다. 그리고 아 이제 집에 가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도 내 생각에 동의했었다. 이름도 모르지만 그 짧은 2-3시간 안에 참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잘 살고 있으려나.


 2.

 다음날 숙소에서 1시에 일어났다. 애초에 계획 같은 걸 세우고 온 것도 아니고, 그리 오고 싶었던 여행도 아니라, 그냥 오늘 하루만 잘 마무리 하자 라는 마음으로 여행지에서의 첫날 아침을 맞이했다. 잘 마무리 해야 할 하루가 세 번이나 남은 상태에서, 일단 지금은 밥이 먼저였다. 매 끼니 마다 느낀 거지만 이곳은 그렇게 밥을 먹기 좋은 곳은 아니라고 느꼈다. 다른 건 몰라도 혼자 온 여행자에게는 말이다. 거의 모든 곳이 친구 연인 혹은 가족 단위에 맞춰진 패밀리 레스토랑 뿐이고, 그 마저도 북적북적한 한국인과 러시아 인들 사이에 낑겨서 먹어야 했다. 편하게 밥을 먹었던 적이 여행 도중에 있기는 했나. 잘 모르겠다.


 방금도 이야기했지만, 이곳엔 한국인이 정말로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 자기네들의 일행과 같이 여행을 온 터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서로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러시아 사람들과 활발하게 대화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처음에 이곳에 도착한 뒤로 이틀 동안은 나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 다운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애초에 혼자 여행와서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일 테지만,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말 대화소리에 나도 모르게 반응하고 싶었던 때가 많았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거나 유명 관광지에 가거나, 같이 무엇을 시킬 지 고민하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았다. 이럴 바엔 차라리 관광지가 아니어도 되니 한국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내가 찾은 곳은 극장이었다. 러시아의 영화관이라 해서 왠지 모르게 교양시간에 보여줄 것 같은 예술 영화들을 상영하는 시네마 테크 비스무리한 걸 상상하고 갔지만 실상은 평범하고 아담한 대중영화 극장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던 대로 한국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아는 영화 아쿠아맨이 상영중이어서 할리우드 영화니까 영어로 보면 되겠다 하고 티켓을 끊었다. 그런데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은 모든 영화가 러시아어로 더빙이 돼서 상영되고 있었다. 두 시간 반 동안 온통 모르는 러시아 사람들 틈에서 온통 모르는 말들이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를 관람하고 극장에서 나왔다. 음 대충 이런 내용이구나 하면서 봤다. 극장에서 나오니 얼어있는 바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지만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으니 또 저녁을 어디서 혼자 먹어야지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 걱정 뒤로 순간 '내가 여기 왜 온 거지' 라는 생각이 따라 붙었다. 그동안 혼자서 이곳저곳 잘 다녔는데. 혼자서 밥도 잘 챙겨먹고 잘 놀았었는데. 여기선 왜 이렇게 밥 하나도 잘 못먹고 사람이 그리워진 거지. 익숙하지만 낯설었다.

Copyright ⓒ2019. 청해. All rights reserved.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만 여기서 시간을 떼우자고 했다. 그리고 얼어 있는 바다 위로 사람들의 검정색의 실루엣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가만히 구경했다. 고독했다. 감성에 젖은 일기장에도 잘 적지 않았던 말이지만 여기선 왠지 모르게 고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한국에선 외로웠지만 여기선 고독했던 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의 큰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이때는 그냥 느꼈다. 나는 그동안 외로웠고, 지금은 고독하구나. 비로소 온전한 혼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얼어있는 바닷길을 따라서 해양공원을 정처 없이 걸었다. 해양공원 끝자락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있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색하게 들어가서 꾸역꾸역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숙소로 돌아왔다.


 3.

 오늘은 공항에서 같이 택시를 타고 온 친구가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그 친구는 이박 삼일이었으니까, 아마 오늘 다시 공항으로 향했겠지. 이날 아점을 어디서 어떻게 먹었는 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또 아무데서나 꾸역꾸역 대충 후딱 먹고 끝냈을 거다.


 셋 째 날에는 유명하다고 하는 관광지를 모두 걸어서 가봤다. 워낙 작은 도시여서 조금만 바지런히 걸어다녀도 다 돌아볼 수가 있었다. 그중 독수리 전망대라 불리는 곳에 가봤는데 블라디보스톡 하면 모든 블로그 배경 사진으로 남겨져 있는 그야 말로 인생샷 명소였다. 사진 몇장을 찍은 뒤 가만히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면 몇몇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외국인 한국인 가릴 것 없이 참 많은 사람들 사진을 찍어준 거 같다. 잘 찍은 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그렇게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그냥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해가 떨어지고 가로등이 켜졌다. 순간 야경을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던 길을 다시 올라갔다. 결론적으로 야경을 봐야겠다 라고 결정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아름다웠다. 낮에 올라갔을 때보다 더 한참 동안 야경에 빠졌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오래 있다보니 너무 추웠다. 이제 다시 내려가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왜일까. 여기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기를 바랐던 건지 아니면 복잡하던 생각이 한번에 확 정리되기를 바랐던 건지. 하지만 전망대 위에 있는 동안 마구 엉켜있던 방대한 양의 생각이 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곳에서는 자연스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마 그것 때문에 오랫동안 그곳에 머무른 것일 수도 있다. 러시아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걸어다니는 여행이든, 늦은 밤 매일매일 산책하는 우리집 뒷길이든, 나는 목적성이 아직도 헷갈린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잠깐이라도 생각하지 않기 위함일까.

끝끝내 나는 발을 뗐고 내려가며 아마 지금 이곳을 떠나면 다시는 오지 않겠지 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Copyright ⓒ2019. 청해. All rights reserved.

 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잠을 자기 전에 게스트 하우스 로비로 나가 일기를 쓰고 있었는데 말이 걸려왔다. 한국어 대화가 그리웠던 나는 금세 그들과 친해졌다. 그날 처음 만난 이십대 중반 여자분 두명은 오늘이 마지막 여행이었고 내일은 한국으로 떠난다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 거냐고 물어보니 '뭐하긴, 일해야지' 라고 돌아온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나와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에서의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 온도차가 꽤 달랐던 것 같다. 사는 세계다 다르다고 해야 하나. 우리는 모이면 천진하게 영화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영화가 나올까와 같은 예술을 한다는 배부른 소리와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그저 무덤덤하고 약간 짜증이 섞인 어조로 '돈벌고 일해야지' 라고 말을 하니. 이들 사이에 끼어있을 땐 우리는 아직 철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행이다.?)

 그들과 내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다시 한 번 다행이다. 내일 아점은 혼자 먹지 않아도 돼서. 목표한 대로 (다른 건 몰라도)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 한 느낌이 들었다.


 4.

 전날 만난 한국인들과의 만족스러운 아점 이후 그들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고 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 로비에서 또 낯선 사람을 한 명 만나게 됐는데 우연찮게 대화를 붙이게 됐다.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가 점점 더 길어지더니 어느새 나이를 공유하고 말까지 놓게 되었다. 스물 네살의 한국인이었던 그녀는 블라디보스톡에서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 유럽으로 홀로 떠나는 여행객이었는데 열차 시간까지 할 게 없어서 그냥 이렇게 숙소 로비에 앉아있다고 했다. 열차시간은 일곱시, 지금시간은 세시 십분 전. 약 한 시간 가량을 떠들고 더는 이야기할 게 없다 싶었던 때, 나는 열차 시간까지 같이 다른 관광지를 가보자고 제안했다. 그 낯선 여행자는 흔쾌히 수락했고, 여행 마지막 날 예상하지 못한 동행자와 함께 하게 됐다.


 그녀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본인이 말하길, 자기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짐이 많은 거라고 했다. 도합 30키로가 넘는 짐들을 가지고 블라디보스톡 역으로 같이 갔는데 이렇게 버거운 짐들을 가지고 앞으로 그 많은 나라들을 혼자서 어떻게 돌아다닐까 궁금했었다. 역에 짐을 맡기고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와중에, 이번 여행의 작은 목표로 걱정을 버려보면 어떨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뚱뚱하고 거대한 캐리어 안에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물건들로 가득했지만, 원래 여행은 만약의 상황을 마주하러 떠나는 게 아니냐고, 여기까지 와서도 한국에서처럼 걱정을 낑낑거리며 끌고 다니면 이 신기루 같은 시간이 조금은 아깝지 않겠냐고 했다. 물론 오늘 하루만 잘 마무리 하려는 게으른 여행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일주일 동안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가서, 오로라를 기다리면서 두달 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녀의 여행계획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괜히 설레어 유난을 떨었던 것 같다. 내가 기차를 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긴 여정 끝에 한국에 돌아올 때는, 그녀가 저 무거운 걱정 덩어리는 어딘가 강물에 던져버리고 조금 더 가벼운 몸으로 들어오기를 바랐다. 과한 오지랖이지만 그랬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Copyright ⓒ2019. 청해. All rights reserved.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택시를 타고 어떤 등대에 도착했던 거 같다. 맑고 숨이 탁 트이고, 그리고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추운 곳이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등대를 한 바퀴 빙 돌아 걷고는 다시 택시를 타고 역으로 돌아갔다. 마치 정해진 코스처럼, 군더더기 없이. 이상하다. 원래 낯선 여행지에서의 나라면 한참동안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벌벌 떨며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멍을 때리고 있었을 텐데. 전날 야경을 보러 올라간 전망대에서의 나처럼,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미련도 없이 저절로 발이 떨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혀 아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가는 길도, 한 시간 전에 만난 낯선 누군가와 같이 간다면 나름 괜찮은 거구나 생각했다. 적어도 벌벌 떨면서 답도 없이 아무 생각도 안할 일은 없으니까.


 5.

 역 안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길을 지나가다가 그저 이뻐서 샀다는 그녀의 꽃을 아무 생각 없이 찍었다. 백장미였는데, 하루 만에 색도 변하고 조금 상한 상태였다. 등대를 돌아다니는 동안 내가 이 꽃을 들고 있었는데 그때 너무 간수를 안한 탓도 있을 것이다. 손이 시려워서 대충대충 바람을 맞추며 들고 다녔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내가 이 꽃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지금 열차 타기 전에 어디에 묻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며칠 전 그녀가 보내준 사진에는 여전히 꽃이 함께 있었다. 지금은 그 꽃이 마지막까지 여정을 함께하길 바라본다.


 6.

 밤이 되어 어두워지고 그녀는 열차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나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통을 비우고 바로 잠이 들었다. 그날은 일기도 쓰지 않았고, 게스트 하우스 로비로 나가서 또 다른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 하지도 않았고,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이라고 해서 특별한 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술에 취해 쿨쿨 자기만 했다.


 7.

 떠나는 날에는 아무 것도 안 하고 바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했고, 오늘 하루만 잘 마무리 하려던 게으른 여행은 끝이 났다. 가방을 메고 집 현관문을 나서던 순간부터 다시 집에 돌아가고 싶었던 여행이지만, 그에 반해 여행이 끝나니 무언가 굉장히 많은 것들이 나를 지나간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 낯선 곳에서 비롯된 그것들은 여행이 끝나고 내 안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스쳐지나간 것 처럼 느껴진다. 무언지 모를 그것들을 어떻게든 잡아보려 애써봤지만 어느새 러시아를 떠난지 무려 일곱 시간 만에, 나는 완벽하게도 다시 여행 전의 무기력한 한국인으로 돌아와 있었다. 신기루를 뚫고 지나온 마냥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맙소사 다시 돌아왔군.'


 8.

 가끔씩 지난 날들이 그저 전부 신기루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번 여행이 특히 그러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이전과 같이 하루종일 방 안에 짱박혀 누워있다가 일어났다가 누워있다가를 반복한 그 일주일 동안 무엇이든 남겨보려, 기록해보려 짬짬이 끄적이곤 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내가 경험했던 건가? 이게 정말 다인가? 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따라온다. 그런 물음 속에 기억을 더듬어가며 이렇게 글을 쓰는 와중에도, 그날 처음 만난 낯선 여행자는 아직 저 신기루 너머에서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부디 그 달콤한 여정이 오랫동안 끝나지 않기를. 나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마지막은 영화 같은 해피엔딩이길.



                                               당분간은 이 엔딩에 대한 기대감으로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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