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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채 Apr 19. 2016

7번 마을버스가 향하는 곳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

개미마을에 가기 위해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앞 7번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한참을 서 있다가 승객을 가득 채우고서야 출발한 마을버스는 가파른 산동네를 오르고 또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길 양 옆으로 낮은 지붕을 얹은 집들이 스쳐 지나갔다. 버스는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멈춰 섰다. 버스마저 쌔액쌔액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만 하는 여기는 오색빛깔 예쁜 꽃과 푸른 하늘을 닮은 담장이 있는 곳, 홍제동 개미마을이다.

07번 마을 버스 종점
버스 종점에서 바라본 개미마을과 시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알음알음 찾아가던 홍제동 개미마을은 여섯 살 지능을 가진 아빠와 어른스러운 딸 예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7번 방의 선물>의 촬영지가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하나, 둘, 셋!” 예승이 마음속으로 세는 숫자에 맞춰 예승과 용구가 다정한 인사를 나누던 영화의 도입부와 예승이 밤늦게까지 용구를 기다리던 장면의 배경이 된 장소가 개미마을 중심부의 동래 슈퍼 앞 삼거리 부근인 것.

마을의 중심 동래 슈퍼. 마을버스 그림이 그려진 곳의 실제 용도는 화장실이다.

동래 슈퍼 앞 삼거리는 개미마을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이다. 건물 바로 앞에 버스가 멈춰 서기 때문에 개미마을에 온 사람들은 누구나 이 앞을 지나게 된다. 정류장의 실제 이름은 ‘삼거리 연탄가게 앞’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연탄가게가 있었다 한다. 슈퍼 옆에는 마을버스 그림이 그려진 작은 판잣집이 있다. 건물 가운데 벽에 둘러진 색동 줄 안이 궁금해 가까이 가니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세상에 화장실이라니. 앙증맞은 생김새와는 사뭇 다른 쓰임새가 놀랍다.

영화 속 예승과 용구의 집

슈퍼 맞은편으로 난 약수터 가는 길은 용구와 예승이 살던 집 방향이다. 노랗게 칠해진 아담한 집에는 전깃줄에 나란히 앉은 참새 모녀가 다정하게 그려져 있다. 서로 다정한 모습이 꼭 영화 속 예승과 용구 같다.

개미마을에는 동물이 그려진 벽화가 많다
일년 내내 활짝 피어있는 해바라기

개미마을에서는 서울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판잣집과 먼발치의 고층 아파트가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참 묘하기도 하다. 시선을 거둬 마을을 둘러보니 개미마을의 하늘을 담은 파란색 담장이 보였다. 내딛는 걸음걸음을 따라서 노란 해바라기와 붉은 장미, 익살스러운 표정의 동물 벽화가 차례로 등장한다. 담장에는 해바라기가 활짝 피고 창가에선 강아지들이 눈웃음을 치니 누구라도 입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을 것.

알록달록한 색감이 아름다운 벽화
벽화를 구경하며 걸어내려가는 것도 좋다




# 위의 정보는 2016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실제 여행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의 저작권은 모두 저자에게 있습니다. 인용시에는 반드시 링크와 출처를 표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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