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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프쿠키 Dec 26. 2015

하기나 해

또 한 번 연말이 찾아왔다. 올 한 해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볼 시간이다. 진부한 말이지만 2015년이 시작되고 하루, 한 주, 한 달이 지나는 게 신기했던 때도 있는데 어느새 남은 날을 한 손으로 모두 셀 수 있게 되었다. 올 한 해는 좀 산만했던 것 같다. 내 일이 아닌 내 님의 일을 돕느라 시간을 많이 쓰기도 했다. 나에게는 새로운 분야라서 재미있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리 잡도록 일조한다는 보람은 컸지만 내 코가 석자인 마당에 뭘 하고 있는건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1월 1일부터 거의 하루도 일을 안 한 날이 없다가 늦가을쯤 부터는 자유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덕분에 평소 생각만 하고 있던 작업들에 손을 댈 수 있게 되었다. 거창하진 않지만 약간의 결과물도 있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너무 많은데 그걸 다 실행할 만큼 부지런하진 못하다. 그래서 자꾸 생각만 한다. '하는 것마다 최고가 될 필요는 없어, 그냥 내가 행복할 수 있으면 되는 거야' 식으로 마음을 다잡다가도 이미 최고가 된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난 언제 저렇게 되나 하는 막막함에 휩싸인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지닌 '타인'을 본다면, 너는 이게 문제고 저것도 문제라며 훈계할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30대에 들어서는 여성이여, 이렇게 살아라' 같은 자기개발서 한 권은 족히 쓸거다. 내 몸이 그 말을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 그 대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고 상상만 하다가 그만 내 상상에 압도되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잠이나 잔다. 

그래도 가끔 뒤돌아보면 내가 자책하는 것보단 열심히 살았는지, 어느새 번역한 책이 두자릿수에 진입해 있다. 책 번역보다 다른 일을 더 많이 한 것 같은데 이렇게 됐으면 나도 영 게으르지만은 않았나보다. 내년에는 '주변 사람들과 나눠 읽기 좋은 책'을 번역한다는 목표를 꼭 이루고 싶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자. 내년에는 재미있는 일을 많이 만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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