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했더니 임시저장된 글이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쓰다 말았나 구경하려고 글을 불러왔더니, 몇 주 전 볼살 없는 걸로 투덜거렸던 글이었다. '그래 볼살 없는데 어쩌라고' 한 마디로 정리되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길게도 쓰다 말았다. 살 빠진 것 자체가 속상했던 건 아니고(살이 붙으면 환영이긴 하다) 굳이 그걸 지적하면서 조언까지 해주는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이 짜증났었다. 그건 지금도 변함 없고,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라도 그런 건 정말 지적해주지 않아도 된다. 설마 내가 맨날 거울보면서 그것도 모를까봐! 차라리 이 사이에 손톱만한 고춧가루가 꼈는데 내가 아무렇지 않게 활짝 웃는다거나 그런 의미있고 생산적인 걸 지적해주면 감사하겠다.
사실 우울할 때에는 그 감정을 기록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머리속에만 막연히 맴돌던 우울은 글로 적히는 순간 형태를 가지고 실존하는 대상이 되어버리니까, 적당히 헷갈리다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부정적 감정을 명확한 존재로 만들어서 각인시켜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사실 생각을 글로 풀어내다보면 한껏 부풀어있던 감정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마음이 후련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사실 볼살 얘기를 쓰다 말았던 건 귀찮아서였다. 그게 귀찮았다는 건 사실 내게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오래된 수첩에서, 우울의 늪에 빠진 내가 휘갈겨놓았던 글들을 발견하는 건 참 신선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어떤 기분이든 글은 계속 쓰는 게 낫겠다.
작년 말부터 아직까지 내 발목을 제일 크게 잡고 있는 건 내 노래다. 푸하하. 차마 쑥스러워서 아무런 웃음 표시 없이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이 노래는 내가 지금껏 쓴ㅋㅋ 노래 중에 제일 서정적이고 마음에 드는 노래인데, 회심의 후렴구는 정말 뚝딱하고 나왔는데 그 후렴구를 받쳐주는 전반부를 쓰기가 너무 힘들다. 이제까지 만든 노래는 짧게는 30분, 길어도 하루 안에 완성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2015년이 가기 전에 어떻게든 이 노래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거의 차도가 없는 상태로 2016년이 돼버렸다. 그래도 이제 멜로디는 다 나왔고, 가사도 조금은 나왔다. 사무치는 외로움에 대한 노래인데 내가 요즘 도통 외롭지 않은 게 문제일까? 이 노래가 완성되고 나면 후렴구만 나온 노래 나머지 두 곡도 완성할 계획이다. 그 두 곡은 가사 다 영어로 써야 되는데..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1월은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한 달이었던 것 같다. 하려는 작업이 있는데 시간이 생기면 우왕좌왕하고, 그러다 겨우 마음을 잡으면 다른 할 일이 생기고 그러기를 반복한 것 같다. 지금은 또 마치고 시간이 생겨서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부디 가사가 잘 생각나기를. 으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