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오래된 떡볶이 가게가 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가게에는 사장님과 아주머니 두 분이 분주히 일을 하고 계신다.
쌀떡과 밀떡이 칸막이로 나눠진 철판에서 각자 보글보글 끓고 있고 비닐로 덮여있는 순대 찜기에서는 연신 김이 오르고 있다.
그 집은 특히 순대가 맛있는데 분식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가끔 이용하는 편이다.
그곳에 가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사장님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앞치마를 입은 채 반갑게 맞아주신다. 늘 칭찬을 한 스푼 얹은 인사와 함께 활짝 웃는 얼굴로 아는 체를 하시기에 그 가게에 들어서는 우리도 기분이 좋다. 다만 문제는 그 칭찬이 너무 과장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가면
"아이고! 우리 장관님 오셨어요?"
"아이고! 우리 대통령 오셨네."
뭐 이 정도는 아이들의 장례에 덕담을 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좀 컸을 때는 나보고
"어이쿠, 이렇게 큰 아이들이 있었어?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거짓말이다. 평생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대표 노안이다.
여기서 노안인 친구 이야기 하나!
내게는 누가 더 노안인가를 다투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28살 때 세 살 난 첫째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을 때의 일이다. 아들과 열심히 놀아주고 있는데 또래의 애기 엄마가 다가오더니 하는 말.
"어머! 늦둥이인가 봐요."
친구는 콧구멍으로 바람을 슝슝 내뿜으며 말했다.
"네, 남편이 하도 늦둥이 하나 낳자고 성화를 부려서...."
친구가 너무나 이른 25살에 시집가서 낳은 첫아들인데 말이다.
어느 날 남편과 간식으로 떡볶이를 사려고 그 가게에 들렀다. 사장님이 우리 부부를 보더니 하시는 말.
"아이고! 우리 회장님이랑 사모님 나오셨네."
이쯤 되니 '사장님이 우리를 놀리시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물론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몸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당장 전화해서 김기사라도 불러야 하나?
내 목소리는 또 왜 가증스럽게 회장님 사모님처럼 바뀌는지, 참 이래저래 민망하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점점 그 떡볶이 가게에 가는 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때론 과한 칭찬이 부담이 될 수가 있다. 본인은 덕담을 한다는 의미로 한 말일 수는 있겠으나 그걸 들을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좀 불편할 수 있다. 가끔은 칭찬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다. 특히 진성성이 없는 칭찬은 상대를 오히려 무시하는 기분마저 들게도 한다.
과한 칭찬도, 과한 친절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무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떡볶이가게 사장님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떡볶이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회장님 사모님처럼 꼿꼿이 걸으려니 내 걸음이 참으로 어색하다.
그러니 그저 환한 웃음만 듬뿍 담아서 반갑게 맞아주시면 더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