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르다 서점일기#63 우연한 즐거움
지속 가능한 독립서점을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딱히 실험이라고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실험 같은 일들이 많았다. 이전 서점 공간에서 퇴거 명령을 받아 공간 전체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월세를 내는 세입자가 되기 싫어 '서점 독자들과 함께 건물을 매입하는 시민 자산화'를 진행했었고, 지난 3월에는 코로나로 인해 월세를 내지 못해서 '자발적 월세'를 함께 내달라고 부탁드렸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적극적으로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서점 공간 덕분에 공공성을 인정해 주는 경향이 있다. 책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고 이들과 함께 지역 사회의 여러 가지 의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누는 공간.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자유롭게 교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점점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양한 형태의 독서 문화 확산'이라는 문제 해결 방안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고민을 더한다. 이따금 고즈넉한 사적 공원에서 다수가 돗자리를 펴고 책을 읽는 '돗자리 독서회'를 기획하기도 하고, 서점 내에서 독자와 작가를 잇는 '북토크'도 다른 서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점 문화이지만, 다다르다는 조금 다른 콘셉트로 이어 나가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의 몰입도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작가의 책을 꼭 읽고 짧은 서평이나 엽서를 써오는 분들만 북토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작은 약속을 만들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서점의 이야기를 쉽게 전하기 위해 영수증에 꼬박 서점 일기를 쓰기도 한다. 서점 일기 하단에는 좋아하는 문장을 소개해서 독자에게 우연한 즐거움을 전해 독서 생활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지역에 새로이 생겨나는 서점도 각각의 개성을 살려 오랜 시간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서점이 되기를 바란다. 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지만, 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재정적으로 나은 환경을 만들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넓은 영향력만큼이나 선한 영향력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고 믿는다. 동네 곳곳에 있는 서점들이 각각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서점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단단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서점원 라가찌)
"누구나 창업할 때는 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식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 방식을 견고하게 유지해나가면 사람들은 '브랜드의 소신'이라고 칭하며, 더 오랜 시간 지속하면 '브랜드의 철학'이라고 일컫는다." (p.110)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임태수, 안그라픽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