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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Sep 14. 2023

가능성과 상상력을 말풍선에 가득 담아둔 서점

다다르다 서점일기 #20230913


@인덱스숍 (서울 자양동)


1. 다다르다의 영수증 서점일기 덕분에 많은 분들이 서점을 찾아와 주신다. 아무래도 <기록의 쓸모> 이승희 작가의 책에 실린 덕분에 영수증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 한 주가 시작되는 주일마다 일기를 바꾸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바쁜 서점 업무로 일기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가벼운 이야기를 적지 않고 함께 나누려는 깊은 이야기를 쓰려다가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다다르다 서점일기가 아니라, 라가찌 서점일기를 따로 적는 것은 어떨지 싶다. 


2. 서점에서 일을 하지만, 사실 책에 대한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책과 서점에 대한 업무도 가득하지만, 서점을 하는 이유를 곱씹어 보면 결국 지역과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다. 그와 연결된 일, 프로젝트는 마다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보니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날에도, 기억하고 싶은 일이 가득했던 날에도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낸 기분이다. 인스타그램이 아닌 어딘가에라도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게나마 일기를 써보려는 마음이다. 


3. 나조차도 활자를 읽는 시간보다 영상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습관적으로 서비스 공간에서 지친 마음을 영상을 보며 풀어내려 한다.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 감정이 쌓임에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링 위에서 녹다운되기 직전의 권투 선수처럼 흐릿한 시선으로 멍하니 하루를 마감한다. 그 사이에 누군가의 글과 생각이 인상 깊어 스크랩했던 이야기들도 함께 기록하려 한다. 인터넷 바다에 휩쓸려 돌고 돌아 내게 왔을 수도 있고, 다소 정치적인 이야기가 가득할 수도 있다. 그것 또한 마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일 테니 꼭 기록해 두고 싶다.  


4.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5. "책은 우리가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인간들이 참으로 다양하고 하나하나가 참 다르다는 것을 알기 위해 읽는다고 생각해요. (중략) 자신에게 맞는 책은 다 다른 곳에 떨어져 있어요. 그러자면 다양한 책들이 존재해야 하고 사람들이 책을 찾는 자기만의 방식을 갖고 있어야 하죠." (작가 김영하, <책의 운명 : 독자의 미래> 사피엔스 스튜디오 중에서) 


6. 어디론가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갈 때, 지역의 서점을 찾아다닌다. 본업이 서점업이라서 더 관심 있게 보는 것도 있지만, 다른 지역의 서점은 어떤 모습인지, 고유의 서점 문화가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즐겁다. 지난달에는 경북 청도 출장에서 청도에 있는 모든 서점을 방문했다. <경북서점, 오마이북> 지난주에는 경남 통영 봉수골에서 단단한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책방>을 다녀왔고, 대전 오는 길에 일부러 진주를 들러 <진주문고>에도 다녀왔다. 다음 날에는 경북 구미 출장길에 구미역 인근에 있는 두 군데의 서점을 들렀다. 어린 친구들을 위한 행사를 분주하게 준비하던 <그림책산책>과 책등의 색상별로 책을 진열한 <책봄> 서점까지. 이미 존재만으로도 책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마을을 연결하며 보이지 않는 가능성과 상상력을 말풍선에 가득 담아둔 모습이었다. 이런 서점들이 전국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속가능한 서점 생태계를 위해 고민하는 일, 풀리지 않는 숙제를 하러 가야겠다. (서점원 라가찌) 



@인덱스숍 (서울 자양동)
@인덱스숍 (서울 자양동)
@d/R 다다르다 (대전 은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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