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르다 서점일기 #20230914
1. 다다르다에서는 종종 독자 분들로부터 책을 추천받기도 한다. 다다르다 서가에 꽂힌 책이 대략 5천 여종, 7천 여권의 책인데 서점원이 책을 완독하고 추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서점을 꾸준하게 방문하는 독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가 책을 고르는 데에 활용한다. 특정 작가의 덕후라면 더욱 관심을 가지며 관찰하는 편이다. 최근 방문한 독자 분이 <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저, 승주연 역, 잔(도서출판)의 책과 창비 출판사의 <별세계 | 창비시선 474> 김유림 시인의 책을 콕 집어서 읽어보면 좋겠다고 추천해 주셨다. 책 이야기가 가득한 이곳이 너무 좋다.
2. 눈앞에 보이는 책들 (읽고 싶어서 구매했는데, 펼치지도 못한 책) <돈 걱정 없이 책방으로 먹고사는 법> 쑬딴, 쑬딴스북 / <이탈리아로 가는 길> 조귀동, 생각의 힘
3. 오후에 방문한 독자분은 본인이 열여덟 살이라며, 말을 놔도 된다고 했다. 다다르다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분이 엄마, 아빠와 함께 매달 방문해서 서가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있는데, 이 분과도 말을 놓지 못했는데… 유년 시절 경험하는 서점 공간과 책, 특히 독립출판물은 삶을 다양하게 그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책과 서점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는 결국 지속가능한 지역 생태계와 다음 세대 때문이다. 객관적인 자료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는 꾸준히 다음 세대를 만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4. 서울 성수동에서 열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팝업 스토어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에 다녀왔다. 최근 동네서점 에디션과 일반본을 함께 입고하면서, 다다르다 독자들은 하루키 작가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대략 살펴볼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팝업 스토어에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는 일, 부드러운 비평과 날카로운 감상으로 작가를 응원하는 일. 삶에서 누군가를 이 정도로만 담아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5. 대전아트시네마, 소소아트시네마, 한남대학교 서의필홀에서 <제5회 대전철도영화제>를 열린다. 영화제는 10월 12일 (목)부터 17일 (화)까지인데, 9월 15일 (금) 오후 6시부터 얼리버드 티켓과 굿즈가 포함된 티켓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다. 대전에는 독립서점도 많지만, 독립영화관이 세 개나 있다.
6. 생각해 보니, 올해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말은 "독립서점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운영하는 서점인 줄 알았어요."였다. 무려 청년 공유공간 기획자로부터 들었던 말이라 더 놀랐다. 함께 사는 도시가 맞는 거겠지? 함께 사는 사회가 이렇게 다채롭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다다르다를 좋아하는 역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여기는 역사책이 별로 없어서 아쉽다"는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주셔서 역사책을 몇 권 들여놨다. 읽어야 할 책 앞에 읽어야 할 책이 생겼다. (다다르다 서점원 라가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