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스 Apr 19. 2024

아무래도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 같아요.

스마트폰과 정신건강 [1]

    건강한 마음을 위한 소식지, 누스레터입니다. 이번주에는 우연한 기회로 스마트폰과 정신 건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여섯 차례에 걸쳐서 이어가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감정 이야기” 시리즈를 잠시 멈추고 스마트폰과 정신 건강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먼저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A 과장과 B 대리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온종일 이어진 회의에 잔뜩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A 과장. 집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유튜브에 접속했다. 점쟁이보다 더 정확하게 A 씨의 마음을 알고 있는 알고리즘이 손흥민이 골 넣는 장면을 썸네일로 대령해 왔다. 지지부진하게 끝나버린 회의와 달리, 쏘니의 화끈한 슈팅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숏츠의 세계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끝도 없이 새로운 영상들이 치고 올라와서 질릴 틈이 없다. A 씨는 그저 적시에 엄지 손가락을 튕겨 화면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잠깐만 쉬다가 헬스장에 가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집에 와서 한 일이라곤 누워서 엄지 손가락 튕기기밖에 없는데 벌써 잘 시간이니, 믿을 수가 없다. 이렇게 살다가는 A 씨의 근손실 속도가 손흥민의 달리기 속도보다 더 빨라질 것 같아 불안하다. 불안감을 달래고자 A 씨의 엄지 손가락은 부지런히 또 다른 콘텐츠를 찾아 나선다.
나른한 토요일 오전, B 대리는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몰아서 잔 후 느지막이 눈을 떴다. 오늘은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휴대폰에 적힌 일정을 보니 약속 시간까지 2시간 정도 남았다. 바로 일어나서 움직이기엔 왠지 아쉬워서 인스타그램을 켰다. 요 며칠 원피스를 한 벌 사고 싶어서 검색을 했었는데, 눈치 빠른 인스타그램이 마음에 드는 원피스들만 골라서 보여 준다. 이번엔 원피스에 어울리는 가방까지 소개하는 친절한 알고리즘씨. 그렇게 원피스, 가방, 구두까지 장바구니에 잔뜩 쟁여두고 나니 목이랑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B 대리는 몸이 좋지 않다며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한 후 다시 침대에 누웠다. 불현듯 자취방에 맴도는 적막감에 숨이 막힌다. 지독하게 심심하고 외로울 것 같은 주말이다. B 씨는 이 불쾌한 느낌을 떨쳐버리기 위해 침침한 눈을 비비며 다시금 휴대폰을 집어 든다.


스마트폰 중독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의 존재는 기계 그 이상입니다. 사용자의 일정, 업무, 건강 상태 등 전반적인 일상을 관리할 뿐 아니라 갖가지 유희를 누리게 하는 이 기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몸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스마트폰 중독”이 공식적인 정신과적 진단 용어는 아닙니다. 물론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라는 유사한 개념이 있긴 합니다만, 여기에는 각종 SNS나 영상 콘텐츠 사용 문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근래에는 “Problematic Smartphone Use”라는 현상이 많은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어요. 그러나 스마트 기기의 역사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연구들도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스마트폰과 중독을 관련지어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실제로 체감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위험한 유혹, 숏폼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인터넷 공간에는 각종 짜릿한 즐거움이 즐비합니다. 그중에서도 숏폼, 즉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는 가히 놀랄 만한 중독성을 지녔어요. 먼저 숏폼은 그 형식상 깊이 있거나 복잡한 내용을 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사용자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사로잡도록 만들어집니다. 말초적인 수준에서라도 흥미가 유발되면, 사용자는 그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게다가 아무리 오랜 시간 콘텐츠를 소비하더라도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끝도 없이 내려가는 스크롤이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들을 대령해 올 테니까요.


   숏폼이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정보를 얻기 위한 인터넷 검색 행위는 적어도 사용자가 일종의 목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접근해 가는 방식인데 비해, 숏폼의 경우 사용자는 제공되는 콘텐츠에 수동적으로 노출됩니다. A 과장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여기에서 사용자의 역할은 엄지손가락 튕기기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학습하는 데에 요구되는 비교, 조직화, 분석, 통합, 추론 등의 고차적인 사고의 역할은 사실상 필요가 없습니다.



중독의 결과  

    스마트폰에게 주도권을 내어준 사용자는 침침한 눈과 거북목 외에 심리적으로도 많은 문제들을 떠안게 됩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낮은 자존감, 우울, 불안, 사회적 고립, 충동성 등과 관련이 있으며 개인의 정신 건강 및 웰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특히 뇌가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인지, 신체, 정서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발달이 저해될 우려가 있으니 아주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어른들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변하는 가소성(plasticity)을 갖고 있거든요. 자주 쓰는 기능들에 대한 시냅스는 강화되고, 잘 안 쓰는 기능들에 대한 시냅스는 약화됩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의 미래는 평소에 자주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그려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미래를 만들어갈 주재료는 무엇인가요? 그 중요한 자리를 그저 눈앞을 빠르게 스치며 사라질 뿐인 스마트폰 속 세상에 내어주고 있지는 않나요? 이미 주도권을 빼앗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누스레터에서는 스마트폰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p.s/ 정신 건강에 대해 궁금하신 점을 댓글로 적어주시면 누스레터로 답해드립니다.



누스 레터(nous*-letter)는 마음의 전문가** 누스가 보내는 소식지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브런치 스토리 매거진에 연재하며,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합니다.

누스와 함께 건강한 마음의 태도를 만들어보세요.


* Nous는 그리스어로 정신, 마음의 태도를 뜻합니다.

** 보건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5월 2일 목요일 오전 11시, 어머니들을 위한 무료 온라인 심리수업(zoom)이 열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게시물을 참고해주세요!

https://brunch.co.kr/@mindwalk-yj/67


매거진의 이전글 [공지] 독서 모임으로 한 주 쉬어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