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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Apr 30. 2024

빼앗긴 주도권을 찾아서

스마트폰과 정신건강 [2]

    건강한 마음을 위한 소식지, 누스레터입니다. 지난 누스레터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요한 하리는 자신의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현대인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막대한 산업들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저자의 주장처럼 개인이 거대한 시스템과 싸워 가며 홀로 집중력을 지키라는 말은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문화와 산업이 변할 때까지 손 놓고 있자니, 이건 또 기약 없는 기다림처럼 느껴집니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스마트폰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1. 멀어지기  

    스마트 기기는 접근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가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도록 적당한 그립감을 가지도록 설계되었고, 손에 쥘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워치의 형태로도 보급되고 있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스마트폰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당연합니다. 사람은 감각 기관들 중에서도 시각을 통해 수용하는 정보가 가장 많다고 하지요. 따라서 우리의 관심과 주의력은 시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타깃을 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사용자의 관심이 미칠 가능성이 줄어들겠지요. 


    그래서 물리적인 환경 조성이 중요합니다. 반드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시간대와 장소를 파악한 후(예: 업무 시간), 그밖에 시간에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스마트폰을 보관해 보세요. 스마트폰과 멀어질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해도 좋습니다. 퇴근 후 1시간 동안은 옷장에 스마트폰을 넣어 둔다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는 동안에는 가방 속에 워치를 넣어 둔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2. 대신하기  

    일단 스마트 폰을 멀리 떨어뜨려 놨다면 이제 새로운 것들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흥미를 붙이고 싶은 대상들을 여러분의 시야 내에 배치해 보세요. 눈에 띄고 손에 닿는 곳에 있을수록 사용자의 관심을 사로잡기 쉽습니다. 실제로 주의 전환은 지루한 기다림을 잘 버티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하는 이유도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잖아요? 기다림의 대상이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뿐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즉각적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꾸만 빠르게 만족을 추구하다 보면 만족을 미루는 능력, 즉 만족 지연 능력은 줄어듭니다. 점점 더 충동적으로 변해서 욕구가 좌절되면 큰 분노를 경험하기도 하지요. 스마트폰 중독은 만족 지연 능력이 줄어든 결과이자, 그 자체가 만족 지연 능력의 감소를 초래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다만 만족 지연 능력을 기르겠다고 무턱대고 꾹 참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보다는 스마트폰에 잔뜩 쏠려 있는 관심을 새로운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옮기는 방법이 좀 더 효과적입니다. 스마트폰만큼 재미있는 여러분만의 취미를 발견해 보세요.   


3. 바로 보기  

    스마트폰 속 세상은 일종의 가상공간입니다. 가상공간은 실제로 발을 디딘 채 맛보고 만지며 느끼는 현실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있어요. 현재 자신의 처지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이 가상공간으로 도피해서라도 쉼을 얻고 싶어 집니다. 안식처가 SNS이든, 게임이든, 아니면 공상 속이든 간에 모두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습니다.


    만약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그만큼 자기 자신과 현재 상황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보세요.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재미있고 더 만족스러운 곳을 찾아가게 되어 있어요. 현실에 머무는 시간이 적다는 건 그만큼 현실 세계에서 하고 싶은 일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즐길 거리도 별로 없다는 뜻일 수 있어요. 게다가 이러한 처지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 도망치고 싶겠지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마냥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외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제 삶은 방치된 정원처럼 망가질 거예요. 도피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후폭풍이 몰려오겠지요. 그때 가서 크나큰 괴리감과 허무함을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자꾸만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현실적인 이유들을 찾아내서 직면해야 해요. 지금 당장 대단한 개혁을 하자는 게 아니에요. 적어도 스스로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 무엇인지 포스트잇에 써보기라도 하세요. 변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4. 연결되기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사용자는 오로지 스마트폰 하고만 촘촘히 연결됩니다. 스마트폰에 연결된 눈과 귀는 싱그럽고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놓칩니다. 스마트폰에 연결된 손은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아기의 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에 연결된 관심과 주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교감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우울증, 불안, 외로움과 같은 많은 심리적 문제들과 관련이 있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사회적 지지는 정신 건강에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스마트폰은 타인과 실제로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과 기회를 가로채니까요. 한쪽과의 연결이 강하면, 다른 한쪽과의 연결은 느슨해지기 마련입니다.


    이제 곧 5월,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세상과 연결되어 있나요?

                    


p.s/ 정신 건강에 대해 궁금하신 점을 댓글로 적어주시면 누스레터로 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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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us는 그리스어로 정신, 마음의 태도를 뜻합니다.

** 보건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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