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

2026. 2. 21.

by 한상훈

애초부터 내 말을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전무후무하게 점수를 올려가며 전교 1등을 향한 레이스를 할 때도, 나에게 공부를 배우러 오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내가 하는 말이나 조언을 진심으로 받아, 그대로 공부한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전히 나에겐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내 말을 제대로 믿지 않는다. 아직도 말이다. 소위 말하는 전설적인 시절을 보내고, 그 이후로도 엄청난 일들을 겪었음에도 도통 믿지를 않는 것이다.


사람들도 그러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오래전에 봤다면 그 사람을 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심해진다. 전형적인 판단 오류 중 하나인데 그 오류를 도통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이 나를 본모습은 내 삶의 몇 퍼센트일까? 총시간으로 치면 0.1%는 될까? 나를 하루 8시간씩 300일을 본 사람도 고작 내 인생의 0.8%를 본 사람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8시간을 꽉 채워서 나를 볼 수 있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태도로 살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어둠 속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을까? 전혀 알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많은 증거, 태산과 같은 증거와 압도적 격차가 존재해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두 눈과 두개골 안에 있는 뇌를 이용해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나를 평범한 이들과 동등한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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