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증명

2026. 2. 28.

by 한상훈

사람들의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대부분의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부정 또는 확인("증거 있어?")과 같은 식으로 응대한다. 이 중 보통은 부정을 택하는데 이때 어떤 대응을 하든 좋은 결과가 되기는 어렵다. 자신의 거짓말을 부정하는 이에게 증거를 보여주면 그는 자신이 모욕받았다 생각하거나 수치심을 느끼고, 증거를 보여주지 않아도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 위기에 놓였거나 상대방이 진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이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개과천선을 하는 좋은 시나리오는 발생하지 않고, 수치심 또는 분노, 반발, 또 다른 거짓말 등 더 멍청한 짓을 일삼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지만 자연적 방어기제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과 자아를 연결해 거짓말에 대한 공격은 자아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기형적 응답 패턴을 보인다.


나는 이러한 이유에서 거짓말을 쉽게 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거짓말을 통해 이득이 생길 가능성도 거의 없는 수준의 하찮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지능이 낮은 사람으로 보는 편이다. 이유는 단순한 이익 계산을 못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익 계산도 못하는 이가 이보다 복잡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이 모든 사람들을 다 속일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멍청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크던 작던 속이는 것은 탄로 나고 누적된 기만이 클수록 그것이 밝혀졌을 때 추락은 더욱 끔찍하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사는 삶은 게임이론 측면에서 꽤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 계속 눈앞에 먹잇감만 쫓고 있는 모습은 마치 말의 눈앞에 당근을 두고 뛰게 만드는 것과 같다. 장기적 생각이 불가능한 것이다. 눈앞의 보이는 작은 이익으로 거짓말을 해오는 삶은 부채를 쌓아두는 삶과 큰 차이가 없다. 계속 세상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개가 아닌 반발심, 적개심, 자신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는 타인을 파괴하는 게 아닌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이다.


안타깝지만 거짓말을 쉽게 알아차리는 것은 단순히 대화를 나눠보는 정도로 아는 것과 시스템적으로 아는 것과 차이가 존재한다. 나는 사업을 여러 번 실패하며 거짓말하는 대표들을 수차례 만나고, 이 과정에서 레퍼런스 체크, 경력에 대한 교차 검증, 그들이 주장하는 것에 대한 사실 검증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은 의심을 품어서가 아닌 큰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교차 검증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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