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
예전에 나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온실 속 화초와 같은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감, 사랑스러움, 평화로움, 느긋함 등이 나와는 정반대의 속성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 중 다수는 항상 쌩글쌩글 미소를 지었고, 웃음이 많았고, 좋은 부모님과 유복한 가정에서 무엇 하나 모나지 않게 자라난 모습이었다. 물 한 모금이 아쉬워 메마른 땅에서 자란 식물 같은 나와 충분한 물을 머금고 자라난 예쁜 꽃과 같은 그들. 나는 그들이 무척이나 부러웠고 질투 났고 닮고 싶었다.
그런 특성을 보이던 친구 중 한 명을 남몰래 짝사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모두와 잘 지냈고 풍요에서 나오는 행복감이 주변 사람들에게 넘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무척 좋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에게 제대로 된 말을 걸어보진 못했다. 분명 기회가 없진 않았지만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내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자신감도 없었다.
그녀가 폐인처럼 살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그로부터 약 7년쯤 지난 후였다. 나는 그녀의 소식을 알 방법이 없었지만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저런 동창 이야기를 하다 듣게 되었다. 전혀 상상이 안되던 일이 발생하자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인스타그램을 켜서 친구의 친구를 타고 가서 어렵지 않게 그녀의 인스타를 찾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내가 봐왔던 모습과 무척이나, 아니 다른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달라져있었다.
성실하고 생기가 넘치고 온실과 같은 따뜻함이 가득했던 그녀는 모든 걸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엉망인 삶을 살고 있었다. 사진에서는 웃고 있는 모습이 없었다. 의도적인 걸까. 아니면 마음이 아픈 상태인 걸까. 마치 길거리에서 약물과 온갖 어두운 문화에 물든 사람처럼 얼굴부터 행색, 그리고 온갖 노출된 모습들은 바뀌어 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따뜻하고 착하고 배려심 넘치던 사람이. 좋은 머리와 성실함으로 좋은 대학에 가서 앞으로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았던 사람이 완전히 파괴된 모습이었다. 그녀의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고 본다면 같은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문득 깨닫게 됐다. 온실과 같은 세상의 풍파 없이 자라온 이들도 언젠가 세상에 노출이 되고 그러면서 사람은 변하게 되는구나. 아무리 부모가 애지중지 사랑으로 보살펴도 독립을 하고 온갖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염세적이거나 냉소적이거나 시련을 겪은 이들은 어쩌면 그런 시절이 너무도 빨리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에게는 언제나 좋은 일만 가득할 수 없고, 선택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될 때까지 계속 변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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