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장

2026. 3. 18.

by 한상훈

모두가 슬픈 연극 속에 머물러 있다. 감옥에 갇힌 이는 죄수를 연기한다. 죄수를 관리하는 이는 관리자를 연기한다. 선생을 연기하는 이는 선생으로. 학생을 연기하는 이는 학생으로. 부자는 부자의 연기를. 빈자는 빈자의 연기를. 모두가 슬픈 연극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연극을 이어간다. 춤을 추어라. 숭배를 해라. 찬양해라. 무대 위에 올라 끝없는 공연을 하고 있다. 제발 이 공연을 끝마치게 해 주세요. 배우들이 애원해도 끝마치게 허락하지 않았다. 대대손손. 자녀의 자녀를 낳아 영원의 속박 속에서 연극을 지속한다. 누구를 위한 연극일까? 관람객은 이미 떠나고 없다.


그 모습을 보는 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연극을 위해 살을 찢는 채찍을 맞는 배우가 있다. 50년이 넘게 감옥에서 썩어가는 이들이 있다. 손과 발이 잘려나가 가족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장애자가 된 이들이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무대에서 춤을 춰야 한다. 아무도 보지도 않는 무대에 왜 이 짓을 계속하는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한상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방편으로 허상을 설하되, 최후에 진실에 이르게 하다.

4,94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1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