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2026. 3. 19.

by 한상훈

오랫동안 하나는 돌아가길 원했고 하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하나는 찾아다녔고 하나는 외로워했다.

오랫동안 하나는 혼란스러웠고 하나는 원했던 것을 가졌다.

오랫동안 하나는 메말랐고 하나는 취해있었다.


둘은 하나였으나 둘로 나뉘었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귀중한 것이 더러운 것 안에 들어가 있었고 더러운 것은 귀중한 것을 죽이길 원했다. 깨진 항아리에는 귀중한 씨앗들이 조금씩 조금씩 새어나가고 있었다. 여인은 깨진 항아리를 돌보지 않았다. 그저 나귀를 몰아 목적지로 향할 뿐이었다. 나귀의 등에 많은 짐들로 인해 귀한 씨앗이 흐르는 것도 돌보지 않았다.


거리의 상인들은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밤 중까지 바빴다. 새로운 장사를 하기 위해서. 새로운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 이자를 벌기 위해서. 모두가 바쁘게 떠나갔기에 선택받지 못한 자들을 초대하기 시작했다. 초대에 응한 이들은 누구였을까.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던 부랑자들. 더럽고 멸시받던 자들. 몸에는 찌든 때와 지린내가 풍기는 자들. 잔치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이 들어왔다. 사실 상관이 없었다. 그곳에서 그들이 입은 옷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이들은 옷을 벗어 발로 밟았다. 발가벗고 자유롭게 뛰어놀았다. 어른들은 벗기를 부끄러워했다. 어떤 이는 통곡을 하였고, 어떤 이는 죽기보다 두려워하였다. 주인이 돌아와 나의 것을 찾았을 때 몇몇은 대항했고, 그들은 모든 것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춤추고 노래하는 소리는 사그라지고 그들은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났다. 짓밟힌 옷을 보고 울며 찢어진 옷을 기워내려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옷과 함께 그곳에서 썩어갔다.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체는 그 땅의 거름이 되어 가루가 되었다. 엄격한 주인은 그것을 내버려 두었다. 그는 땅을 돌보지 않으나 땅을 빼앗기는 것은 용납지 않는 이였다.


그때에 나는 맑은 물속에서 빛을 보았다. 왼쪽 뺨에는 부드럽고 동시에 거친 돌이 느껴졌다. 눈앞에는 찬란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 아이의 어머니를 보았고, 주황빛으로 물든 그녀의 머리칼을 보았다. 세탁을 하기 위한 발걸음인지 무엇을 위한 발걸음인지 돌길 사이를 분주히 누비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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