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20.

by 한상훈

스스로를 범이라 여기지 않은 범이 있었다. 동물들을 잡아먹지 않는 법이 이곳저곳 다니며 뛰어놀았다. 그 범을 어린 시절부터 봐온 동물들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실제로 범이 자신을 물거나 해치지 않았기에 두려워하면서도 어울릴 수 있었다. 몇몇 동물들은 사실은 범이 아닌 덩치 큰 고양이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동물들과 알았다. 범이 큰 소리를 지르기만 해도 그들의 심장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얼어버렸고, 공포에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덩치 큰 고양이를 상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범은 자신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다른 동물들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동물들 대부분은 자신 앞에 오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범은 의아했다. 나보다 덩치 큰 동물들도 내가 소리 한 번 질렀다고 도망쳤고, 평생을 함께 놀던 친구 동물들도 도망친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들끼리는 치고받고 물면서 놀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그렇게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슬펐다.


범에게는 모든 것이 쉬웠다. 높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수풀에 숨은 동물을 잡아내는 것도. 무엇이든 툭 치면 찢어지고, 무엇이든 물어뜯으면 파괴됐다. 그것이 재밌어서 다른 동물들에게 보여주면 다른 동물들은 두려워했다. 몇몇 개와 고양이들은 "나는 왜 안될까?" 하면서 천진난만하게 범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쉽게 나무를 찢어버릴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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